지난 글에서 상품이 팔리는 과정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곱 가지 정밀한 단계가 존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첫 단추이자 전체 퍼널의 가장 강력한 시작점인 ‘[필요]’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필요’는 말 그대로 “고객이 이 물건을 왜 사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를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이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뒤이어 나오는 6가지 단계가 전부 맥없이 헛돌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필요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 잡기만 하면, 그다음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판매자가 이 첫 단계에서 너무나 단순하고 1차원적인 답에 머무르고 맙니다. 난방기니까 당연히 ‘추위’, 장난감이니까 당연히 ‘재미’처럼 누구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빤한 답에 그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1차원적인 필요 정의만으로는 결국 피 터지는 ‘가격 할인 경쟁’밖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진짜 ‘필요’는 과연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요? 그 방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마케팅 관점에서의 ‘필요’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정의해 보겠습니다.
필요란 ‘이상과 현재 사이의 가려운 격차’입니다
개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필요 = 이상적 상태 − 현재 상태
즉, 고객이 되고 싶은 모습(이상)과 지금 처해 있는 현실(현재) 사이의 가려운 격차를 메우고자 하는 열망, 그것이 바로 필요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판매자가 필요를 정의한다는 것은 “고객이 지금 어떤 격차와 불편함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필요는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5대 욕구’를 바탕으로 5가지 층위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자아실현 욕구
“나답게 살고 싶다”
존중 욕구
과시하고 싶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
소속·애정 욕구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안전 욕구
불안과 손실을 없애고 싶다 (핵심 승부처)
생존 욕구
당장 급하게 필요하다
재미있는 점은 오늘 소개해 드릴 대박 사례들이 모두 4단계인 ‘안전(불안 해소)’의 욕구를 정교하게 건드렸다는 사실입니다. 바툼 욕실온풍기의 ‘아이 목욕에 대한 죄책감’도, 당그니 3D펜의 ‘아이가 뜨거운 펜에 데일까 봐 느끼는 불안’도 모두 이 안전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얻으려는 긍정적 욕구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거나 소중한 사람이 다칠까 두려워하는 ‘손실 회피’ 심리에 훨씬 더 크게 움직입니다. 이 손실 회피 및 불안 심리를 정밀하게 건드릴 수만 있다면, 필요의 절반 이상은 이미 성공적으로 잡은 셈입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필요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적 필요’와, 막대한 자본으로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인위적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거대한 광고비를 퍼부어 인위적 필요를 창조해 내지만, 자본이 한정된 셀러나 소상공인은 이미 고객의 마음속에 또렷이 존재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자연적 필요’에 재빨리 올라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전략입니다.
따뜻함이 아닌,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다
기존의 욕실 난방기 시장은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따뜻한 성능’만을 외쳤습니다. 모든 제품이 다 따뜻하다고 주장하니,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더 싼가’라는 가격 비교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출혈 경쟁에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장 조사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깊은 현장 조사를 통해 발굴해 낸 진짜 필요는 의외의 지점에 있었습니다. 바로 “겨울철 추운 욕실에서 어린아이를 목욕시킬 때 부모가 느끼는 깊은 미안함과 죄책감”이었습니다. 추위 때문에 아이가 목욕을 거부하고 힘들어할 때,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안전(불안 해소)’의 욕구였습니다.
결국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 진짜 대상은 단순한 ‘따뜻한 바람’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깔끔하게 던 대가’였습니다.
1차원적인 표면의 답
“추위를 막아주는 단순 난방기”
한 겹 아래의 진짜 필요
“아이 목욕시킬 때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 해소”

파는 본질적인 이유를 바꾸자, 제품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필요가 명확히 설정되자 뒤이어 오는 퍼널 단계들이 도미노처럼 연결되었습니다. 제공 가치를 ‘추운 욕실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육아맘을 위해 1초 만에 발열되는 안심 난방기’로 정의하고, 검색 키워드 역시 아이 목욕, 육아 욕실 등 타깃 맞춤형으로 선점했습니다. 상세페이지에는 단순 성능 나열 대신 무타공 설치, 5년 무상 AS 등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킬 강력한 재료들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그 결과는 압도적인 숫자로 증명되었습니다.
10억 원
한 시즌 매출
4,700개 이상
누적 판매량
4.9점
별점 평균 (만점 육박)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필요’ 전략을 적용하여 선보인 바툼 욕실온풍기 2.0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목표의 66,890%를 초과 달성하며 3억 3,445만 원이라는 대박 기금을 모았습니다. 필요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면, 제품이 개선되거나 바뀌어도 판매 공식은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작동합니다.

부모가 산 것은 ‘데지 않는다’는 안심이었습니다
어린이 완구 시장 역시 원리는 똑같았습니다. ‘당그니 3D펜’은 원래 성인들이 사용하던 3D펜을 아이들용으로 타깃만 변경하여 기획한 제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3D펜을 갖고 싶다’를 필요로 잡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갑을 열어야 하는 부모님들은 3D펜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부모의 진짜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뜨거운 펜촉에 우리 아이 손이 데지 않을까?”하는 솔직한 불안감이었습니다. 필라멘트를 녹여 짜내는 성인용 3D펜은 노즐 온도가 100도 이상까지 올라가지만, 당그니 3D펜은 60도 저온으로 동작하여 피부에 직접 닿아도 데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건드린 것 역시 ‘안전의 욕구’였습니다. ‘그리는 재미’라는 표면적 답 대신 ‘아이 손이 데지 않는 확실한 안심’을 진짜 필요로 재정의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컨셉을 2중 구조로 정밀하게 설계했습니다. 3D펜을 잘 모르는 부모를 위해 ‘그리는 펜이 아닌, 입체로 만드는 펜’으로 개념을 정립해 준 뒤, 그 위에 ‘데이지 않는 안전한 어린이 3D펜의 대명사’라는 강력한 차별점을 얹었습니다.
A · 나은 점
어름용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귀여운 당근 디자인의 어린이용으로 타깃 변경
B · 새로운 혜택
60도 저온 노즐 적용. 아이 혼자 써도 데지 않는 안심
C · 차별화
쉽게 카피할 수 없는 독자적인 당근 금형 디자인
A ∩ B ∩ C = “아이가 안전하게 만드는 귀여운 당근 모양 3D펜” (어린이 3D펜의 대명사)
‘안전함’을 백 마디 말로 설득하기보다, 노즐에서 녹아 나오는 필라멘트를 맨손에 직접 대고 그리는 시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렬했습니다.
15,497건
누적 구매
5,453건
누적 리뷰
10·17만 회
유튜버 협업 조회수

두 성공 사례가 해낸 일은 완벽히 동일합니다. 1차원적인 표면의 답을 버리고, 고객의 마음 한 겹 아래 숨겨진 진짜 감정을 터치한 것입니다.
욕실온풍기
“추위 막기”(표면) → “아이 목욕시키는 엄마의 죄책감 해소”(진짜 필요)
당그니 3D펜
“3D펜 갖기”(표면) → “아이 손이 데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안심”(진짜 필요)
필요를 지닌 주체와 결제하는 주체가 다를 때
지금까지는 ‘무엇이 진짜 필요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면, 마지막으로 체크해야 할 핵심은 “그 필요가 ‘누구’에게 존재하는가”를 밝혀내는 일입니다.
제가 판매했던 남아용 완구 ‘트랜스브릭봇’ 사례를 보겠습니다. 비행기와 자동차 여러 대를 합체시키면 하나의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블록 완구입니다.

이 상품을 실제로 갖고 노는 사용자(User)는 ‘아이’이지만, 실제로 결제 버튼을 누르는 구매자(Buyer)는 ‘부모’입니다. 그렇다면 판매자가 가장 먼저 마음을 흔들어야 할 진짜 구매 결정자는 누구일까요?
부모가 먼저 나서서 이런 로봇 장난감을 사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개 아이가 TV나 유튜브를 보고 “엄마, 나 저거 사줘!”라고 강력하게 조르기 때문에 사주게 되죠. 즉, 이 상품의 실질적인 구매 결정자는 ‘아이’입니다. 따라서 마케팅과 광고는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몰려있는 TV 어린이 채널이나 키즈 유튜브 채널에 집중 집행해야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의 인성을 길러주는 ‘동화책 30권 세트’ 같은 학습 교구는 아이가 먼저 사달라고 조르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구매합니다. 따라서 이 상품은 부모들이 모여있는 인스타그램이나 육아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광고를 집행해야 합니다.
트랜스브릭봇 · 완구
아이가 조른다 → 구매 결정자 = 아이 → TV / 키즈 유튜브
동화책 30권 · 교구
부모가 사준다 → 구매 결정자 = 부모 → 인스타그램 / 육아 맘카페
똑같은 ‘아이용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광고 채널과 전략이 정반대로 갈리게 됩니다. 필요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정확히 판가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갈림길을 처음에 잘못 오판하면, 귀중한 광고비를 엉뚱한 타깃에 쏟아붓고 낭비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진짜 필요는 단순히 제품 스펙 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객 마음 한 겹 아래 숨겨진 감정의 결을 읽어내거나, 결제권자 뒤에 숨은 진짜 구매 결정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무엇이 필요인가
표면적 기능(추위·재미)이 아닌, 한 겹 아래의 진짜 감정(죄책감 해소·안심)
누구에게 필요인가
결제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진짜 결정자인가?
이 두 가지가 명확해지면, 탐색 단계에서 잡아야 할 검색 키워드와 발견 단계에서 공략해야 할 마케팅 채널이 거짓말처럼 자동으로 정렬됩니다.
오늘 이 질문 하나를 던져보세요
지금 판매 중이신 대표님의 상품을 옆에 펼쳐두고, 현재 상세페이지에 적어둔 ‘사야 할 이유’를 가만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난방기의 ‘추위’, 3D펜의 ‘재미’처럼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1차원적인 답에 머물러 계시지는 않나요?
“내 고객은 지금, 표면 아래 어떤 진짜 감정과 필요 때문에 지갑을 여는가?”
만약 이 질문에 즉각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객의 [현재 처해 있는 상태]와 [되고 싶은 이상적 상태]를 각각 노트에 적어보세요. 필요가 약하게 느껴진다면, 두 상태 중 어느 한쪽을 아직 충분히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탐색’ 단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진짜 필요를 제대로 정의했다면, 이제 고객이 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검색하고 찾아 나서는가”를 설계해야 합니다.
단어 하나 차이인 무릎보호대와 노인 무릎보호대 키워드 세팅으로 구매 전환율이 무려 7.7배나 차이 났던 실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