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줄지어 꽂아 둔 종이 카드와 사진들

난방기인데 따뜻하다를 뺐습니다

사례 5 : 바툼 욕실난방기

2026.07.21.조회 26

경쟁사도 따뜻하거든요. 그래서 특장점 여덟 개를 두 개로 줄였더니, 한 해 겨울철 3,600개 · 4억이 나왔습니다.

바툼 욕실난방기를 기획할 때 정리한 특장점이 여덟 개였습니다.

① IPX 7등급 완전방수 · 씀

전구만이 아닌 제품 전체 완전 방수로 욕실에서 물을 튀기며 사용해도 안전하다

② 3중 안전 장치 · 씀

완전방수, 스테인리스제 램프 안전망, 과열방지

③ 4단계 타이머 기능 · 안 씀

15분, 30분, 45분, 8시간

④ 동파방지 기능 · 안 씀

겨울철 화장실 동파를 사전 방지

⑤ 리모트 컨트롤러 · 안 씀

⑥ 고효율 235W 특수 골드 램프 · 안 씀

월 1,910원의 전기요금

⑦ 벽면 설치 · 안 씀

좁은 욕실에서도 공간 활용도가 높다

⑧ 5m 선 · 안 씀

연장선 없이 바깥에서 욕실까지 연결

탁자에 늘어놓은 빈 카드 여덟 장 가운데 둘만 앞으로 당겨 놓았다
여덟 장 중 둘만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여섯은 나쁜 게 아니라 자리가 없는 겁니다.

여섯 개를 버렸습니다. 나쁜 기능이라서가 아니라 고를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입니다.

01이론 · 세 개가 겹치는 자리

컨셉이 나오는 자리는 하나입니다

컨셉은 셋이 겹치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내 아이템, 소비자, 경쟁사입니다.

내 아이템 · 소비자 · 경쟁사 세 원이 겹치는 자리가 컨셉
세 원이 한꺼번에 겹치는 자리, 그 한 곳이 컨셉입니다.

A는 내 아이템 분석, B는 소비자 분석, C는 경쟁사 분석이고, D가 컨셉입니다. B를 A가 해결해주면서 C에겐 없는 것.

여기서 마지막 조건이 칼입니다. C에겐 없는 것. 경쟁사도 갖고 있으면 아무리 좋아도 컨셉이 못 됩니다.

이제 여덟 개를 이 자리에 넣어보겠습니다.

02적용 · 리뷰를 읽었습니다

사는 사람이 먼저 나왔습니다

욕실난방기 카테고리의 상품평과 블로그 후기를 쭉 읽으며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아이를 둔 3040 부모가 주된 소비자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다세대 주택, 단독주택, 빌라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죠.

여기가 중요합니다. 「30~40대」는 인구통계, 곧 나이·성별 같은 통계일 뿐이지만 「빌라에 산다」는 조건입니다. 나이는 그저 꼬리표지만, 어디에 사느냐는 그 사람이 겪는 실제 불편을 알려주거든요. 화장실에 보일러가 깔리지 않아 겨울철 욕실 추위가 심한 집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런 집에서는 아이들이 목욕하기 힘들고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집도 마찬가지라, 추위에 약한 분들에게 욕실난방기가 필요하죠. 욕실이 추우면 온수를 써도 편히 씻기 어렵고, 감기에 걸리기 쉽고, 후다닥 씻고 나오게 돼 건강과 위생에 좋지 않습니다.

겨울 아침, 난방이 없는 빌라 욕실의 찬 타일과 걸어 둔 마른 수건
보일러가 안 깔린 욕실입니다. 온수를 써도 편히 씻기 어려운 자리가 여기죠.

소비자(B)가 나왔으니 이제 경쟁사(C)를 볼 차례입니다. 만들 당시 이미 시중에는 저가 욕실난방기가 있었지만 완전방수 제품은 없었죠. ①번이 살아남은 겁니다.

②번도 같이 남겼습니다. 물 튀는 욕실에서 램프가 깨지거나 감전되지 않는 안전장치가 받쳐줘야, ①번 완전방수가 「마음껏 물장난」으로 이어지니까요. 둘은 한 세트입니다.

이렇게 여덟 개가 두 개로 줄었습니다.

추운 겨울철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마음껏 물장난 칠 수 있는 완전방수 욕실난방기

③~⑧을 버린 이유는 한 문장입니다. 열효율이 좋고 따뜻해지는 기능은 다른 회사 제품에도 있습니다. 타이머도, 리모컨도, 벽면 설치도 마찬가지고요.

난방기를 파는데 컨셉에 「따뜻하다」가 없는 게 그래서죠. 경쟁사도 따뜻합니다.

이 컨셉으로 마케팅했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3,600개

한 해 겨울철 판매량

4억

같은 기간 매출

저가 경쟁사가 있는데도 비싸게 팔렸습니다. 기능으로 잡은 컨셉이 가격을 넘어선 거죠.

03전환 · 말하지 않고 보여줬습니다

완전방수를 어항에 넣었습니다

컨셉을 잡았으면 그다음은 보여주는 일입니다. 특히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달리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이미지와 동영상 곧 키 비주얼이 중요하죠.

고민은 이거였습니다. 어떻게 완전방수라는 컨셉을 직관적으로, 또 강력하게 인지시킬까.

답은 어항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더 했죠. 램프가 밝게 빛나는 것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배경을 어둡게 했고, 정말 물에 담근 것처럼 보이게끔 물고기도 몇 마리 풀어놨습니다.

배경을 어둡게 한 건 램프가 켜져 있다는 증거고, 물고기를 넣은 건 진짜 물이라는 증거입니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보면 합성이 아니란 걸 누구나 아니까요.

전원을 켠 욕실난방기를 어항 물속에 담근 장면
움직이는 GIF에서 한 컷을 뽑은 건데, 실제로는 전원을 켠 채로 어항에 담그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 장면을 보여준 다음 바로 「완전방수 욕실난방기」라는 키 카피, 곧 핵심 한 줄을 붙였습니다.

키 비주얼만 손본 게 아니라, 상세페이지 앞쪽에도 이 컨셉을 질문으로 한 번 더 심었습니다.

상세페이지에 실린 개발 이야기. 왜 완전방수 욕실난방기가 없을까
「왜 완전방수 욕실난방기가 없을까?」라는 물음이 제목과 결론에 두 번 나옵니다. 아이들이 샤워기로 장난칠 때 신경이 곤두섰다는, 만든 사람의 사연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어항 사진과 상세페이지 첫 화면이 같은 두 글자를 말합니다. 방수.

완전방수라고 말로만 백 번 떠드는 것보다 이렇게 눈으로 보여주자 컨셉이 완전히 각인됐고, 구매 전환율, 곧 들어온 사람 중 실제로 산 사람 비율이 크게 올랐습니다. 다른 욕실난방기를 보고서도 되돌아와 바툼 걸 사갈 정도였고요.

04그래서 무엇이 달랐나

만들어놓고 판 게 아니었습니다

이 제품이 잘된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이렇습니다. 만들어놓고 마케팅을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시장조사로 완전방수 욕실난방기라는 컨셉을 짜고 들어간 기획 제품이라는 점이죠.

순서가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제품이 먼저 있고 그다음에 팔 말을 찾으니, 특장점 여덟 개가 다 아까워지는 겁니다.

여덟 개를 두 개로 줄인 순서가 이겁니다.

1단계 · 내 아이템

특장점을 빠짐없이 적습니다. 여덟 개든 열 개든 일단 다 적습니다.

2단계 · 소비자

상품평과 블로그 후기를 읽습니다. 누가 왜 사는지가 거기 있습니다.

3단계 · 경쟁사

경쟁사 상위 몇 곳의 맨 윗줄만 옮겨 적습니다. 겹치는 건 아래로 내립니다.

4단계 · 컨셉

남은 것으로 한 문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한 문장만 화면에 반복합니다.

3단계에서 대부분 지워집니다. 여덟 개 중 두 개만 남았으니까요. 많이 지워질수록 남은 게 셉니다.

이 특장점, 경쟁사도 갖고 있습니까?

갖고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어도 컨셉 자리에는 못 올리니 상세페이지 아래쪽에 적으시면 됩니다. 단 차별점이 하나라도 있을 때 얘기죠. 하나도 없으면 다들 가진 걸 먼저 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