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한 고깃집을 컨설팅한 적이 있습니다. 메뉴도 그대로, 컨셉도 그대로였는데 6월 3,800만 원이던 매출액이 11월 5,000만 원이 됐습니다.
제가 다뤄온 건 대부분 온라인 상품이라, 강의를 하면 꼭 이런 말을 듣습니다. “저희는 가게라서요.” 온라인 이야기는 우리한테 안 맞는다는 뜻이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해볼 기회였습니다. 가게는 온라인이 아니니 채널도, 콘텐츠 포맷도 전부 달라졌지만 해야 할 일은 같았습니다.

맛은 이미 훌륭했습니다
식당인 만큼 제 직원들과 다 같이 가서 식사를 해봤는데 다행히 맛이 좋았습니다. 전준혁의 골목식당을 촬영할 필요는 없었어요.
보통 컨설팅 사례는 “제품을 이렇게 고쳤습니다”로 시작하는데, 여기선 그럴 게 없었죠.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요. 매출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부터 봤습니다.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소가 논현역인 만큼 주변에 사무실이 많아, 하루 매출 태반이 직장인 점심 장사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매출을 한 덩어리로 보면 답이 안 나오고, 쪼개야 어디를 건드릴지가 보입니다.
유입을 늘리는 게 답이 아닌 경우
매출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유입, 전환, 객단가 세 개를 곱한 값입니다.
유입
몇 명이 오는가
전환
그중 몇이 사는가
객단가
한 번에 얼마를 쓰는가
온라인이라면 보통 유입부터 건드립니다. 광고를 켜면 사람이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요식업은 제가 팔던 욕실온풍기처럼 판매량만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테이블 제한이 있어서 무작정 손님을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이게 개선의 출발점입니다. 세 항 중 한 항은 물리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뜻이죠.
유입
테이블이 정해져 있다
전환
들어오면 대개 먹는다
객단가
여기는 늘릴 수 있다
왜 객단가만 늘릴 수 있을까요. 메뉴를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점심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냉면 같은 식사 메뉴가 주로 팔리는데, 고깃집이 매출을 높이려면 저녁에 술과 고기를 팔아야 하죠. 객단가를 늘릴 수 있다는 건 그 뜻입니다. 같은 손님이 저녁에 다시 오면, 테이블을 안 늘리고도 한 사람이 쓰는 돈이 달라집니다.

계란말이를 서비스로 드렸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거였습니다. 어차피 점심 시간대는 손님이 많이 오니, 이 점심 손님을 저녁에도 오게 만드는 겁니다.
저는 사장님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점심에 오는 직장인 손님들에게 시키지도 않은 서비스 메뉴를 하나씩 내주면서, “우리 집 고기도 맛있으니 저녁에도 드시러 오시라”고 권해보시라고요.
그러자 사장님은 원래 메뉴에 있던 5,000원짜리 계란말이를 서비스로 주기 시작했고, 실제 점심에 오던 손님들이 저녁에도 고기를 먹으러 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있습니다. 계란말이는 새로 만든 메뉴가 아니라 원래 팔던 것이었죠. 새 상품을 개발한 것도,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고, 이미 팔던 메뉴를 점심에 공짜로 내준 것뿐입니다.
여기까지가 이미 오던 손님을 쓴 거고, 다음은 새 손님이었습니다.
고객이 걷는 길이 완전히 다릅니다
강남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거주민을 타겟 페르소나로 잡고, 이 사람들이 가게에 오기까지 어디를 거치는지 그려봤습니다.

그런데 그려놓고 보니, 업종마다 고객이 걷는 길이 전혀 달랐습니다.
바툼 욕실온풍기
쿠팡 ·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
엠케터
유튜브로 정보를 찾고 → 웹사이트에서 결제
고깃집
「논현역 맛집」 검색 → 네이버 지도 → 플레이스 → 메뉴와 리뷰 → 방문
길이 다르면 깔아야 할 것도 다르죠. 그래서 네이버 플레이스에 콘텐츠를 채우고, 체험단으로 리뷰를 모으고, 스마트 플레이스 광고와 소상공인 광고를 돌렸습니다.
쿠팡에서 썸네일과 상세페이지를 고민하던 것과 하는 일은 같습니다. 그 일을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한 것뿐이죠.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콘텐츠를 깔았다면, 정작 거기에 뭐라고 써야 할까요. 여기서 두 번째 고백이 나옵니다. 업종이 업종인 만큼 컨셉을 크게 차별화하지는 못했습니다.
고깃집이 “저희 고기는 다릅니다”라고 말해봐야 옆집도 같은 말을 하죠. 제가 다른 사례에서 했던 것처럼 없던 카테고리를 개척하거나 부르는 이름을 바꾸는 수를 여기선 못 썼습니다.
그런데 고기도 맛있고 사장님이 요리도 잘하셨습니다. 컨셉으로 못 이긴 자리를 상품력이 받쳐준 겁니다. 그러니 남은 일은 그 상품력을 손님들 눈앞까지 실어 나르는 것뿐이었죠. 앞서 그린 길 위에 광고와 콘텐츠를 깔자, 새 손님도 가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달 뒤 숫자는 이렇습니다.
3,800만
컨설팅 전 · 6월 매출액
5,000만
전부 적용 후 · 11월 매출액 · 약 1.32배
못 한 것 둘, 한 것 둘입니다
못 함
메뉴는 그대로 뒀습니다. 맛이 이미 훌륭했으니까요.
못 함
컨셉도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습니다. 업종이 그렇습니다.
함
테이블은 못 늘리니, 한 사람이 쓰는 돈을 먼저 건드렸습니다.
함
고객이 실제로 걷는 길을 그리고, 그 길 위에 콘텐츠를 깔았습니다.
메뉴도 그대로, 컨셉도 그대로인데 매출액이 1.32배가 됐습니다. 남은 건 순서였죠. 세 항 중 어디를 먼저 건드릴지, 그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고도 의심이 하나 남습니다. “고깃집이라 그런 거 아닌가.” 그래서 업종을 아예 바꿔 하나 더 보겠습니다.
여기선 반대로 유입을 늘렸습니다
고깃집은 유입을 못 늘려서 객단가를 건드렸지만, 못 늘리는 항이 다르면 건드릴 곳도 달라집니다. 제가 관리하던 스마트스토어가 그랬습니다.

2020년 1월, 이 스토어는 상품만 등록해두고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입 7,430명에 결제 502건, 매출 1,978만 원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전환율이 이미 6.76%였습니다.
업계에서 상세페이지를 성의 없이 만들면 전환율이 1% 밑으로 떨어지고, 기본을 지키면 1~3%, 제대로 만들면 5~7%가 나옵니다. 마케팅을 안 한 달인데 이미 상단이었던 거죠. 세 항 중 전환은 이미 서 있었습니다.
전환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이번엔 유입을 늘려도 됐습니다. 고깃집과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4월에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유입 ×7.71
7,430 → 57,264
전환 ×1.29
6.76% → 8.70%
객단가 ×1.28
39,375 → 50,325원
매출은 1,978만 원에서 2억 5,076만 원이 됐습니다. 3개월 만에 12.68배입니다. 세 항을 곱하면 12.73. 실제 매출 배수 12.68과 맞아떨어집니다.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라 이렇게 벌어지죠.
눈여겨볼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유입이 7.7배가 됐는데 전환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랐습니다. 광고로 사람을 왕창 부르면 보통은 떨어지거든요. 관심 없는 사람이 섞여 들어오니까요.
통계를 열어보니 답이 있었습니다. 4월에 쓴 광고비는 91,190원이었고, 유료 광고로 들어온 사람은 710명이었습니다. 전체 57,264명 중 1.2%죠. 나머지 대부분은 네이버 쇼핑 검색으로 들어온 무료 유입이었습니다.
12배는 광고가 만든 게 아닙니다. 살 마음을 먹고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고깃집 · 유입을 못 늘린다
테이블 수가 정해져 있다 → 객단가를 건드렸다
스마트스토어 · 전환이 이미 서 있었다
이미 6.76%였다 → 유입을 부었다
만약 순서를 거꾸로 했다면 어땠을까요. 전환율이 1%일 때 광고를 켰다면 광고비만 태웠을 겁니다. 부른 사람이 그냥 나가버리니까요. 바꿔 말하면, 컨셉을 다시 잡지 않고도 순서만 맞으면 오릅니다. 단 전환이 이미 서 있을 때 얘기입니다.
대표님 가게나 상품에도 세 항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마 못 늘리는 항일 겁니다. 자리가 좁거나, 재고가 한정돼 있거나, 인원이 정해져 있거나요.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1단계
세 항의 지금 숫자를 적습니다. 몇 명이 오는가, 그중 몇이 사는가, 한 번에 얼마를 쓰는가.
2단계
물리적으로 못 늘리는 항에 표시합니다. 테이블 수, 재고, 인원.
3단계
표시 안 된 항부터 건드립니다.
검산
늘리려는 항이 표시된 항이라면, 순서가 틀린 겁니다.
테이블이 20개인데 30팀을 부르고 있진 않습니까?
늘릴 수 없는 걸 늘리려 애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계란말이도 다시 보시면 좋겠습니다.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원래 팔던 메뉴였죠. 대표님 상품에도 이런 게 하나쯤 있습니다. 사은품으로만 넣고 있는 것, 옵션에만 걸어둔 것, 상세페이지 맨 아래에 묻혀 있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