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의 브랜딩은 제품을 팔아서 하는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입니다.
이게 왜 통하냐면, 사람은 지식은 금방 까먹지만 스토리는 오랜 세월 기억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시험점수를 위해 암기한 교과서는 다 까먹었어도, 감명 깊게 본 영화 줄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지 않습니까.
사례 1 · 에비앙
물인데
약수라고 부릅니다
에비앙은 프랑스의 생수 브랜드인데 다른 생수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도 브랜드 스토리텔링 덕분에 세계적으로 팔리는 생수 브랜드가 됐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신장결석을 앓던 레세르 후작이 에비앙 광천수를 꾸준히 복용하자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에비앙 브랜드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입니다. 사실 여부를 제가 확인해드릴 수는 없죠. 다만 그 이야기가 값을 두 배로 만들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여기가 이 사례의 핵심인데, 단순한 물을 넘어서 약수라는 컨셉이 입혀져 고가에 팔리는 것입니다.
같은 물, 다른 이름
싼 게 낫다
비싼 게 낫다
물성은 그대로인데
고르는 기준이 뒤집힙니다
물은 싸야 잘 사지만, 약수는 싸면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부르는 이름 하나가 가격의 방향을 바꿔놓은 겁니다.
사례 2 · 탐스슈즈
한 켤레 팔면
한 켤레 줍니다
29세에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맨발로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보게 됩니다.
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의 신발을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증하는 탐스슈즈를 창업합니다.
이 줄거리 덕분에 탐스슈즈는 코즈 마케팅, CSV 마케팅의 대표주자로 교과서에 기록됩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탐스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이야기였으면 오늘 이 편은 없었습니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
기부가
문제가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런 기증이 현지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공짜 신발이 계속 들어오면, 그 나라에서 신발을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일을 잃습니다. 도우려던 것이 반대로 작용한 겁니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가 퇴색했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는데, 제품이 나빠져서가 아닙니다. 신발은 그대로였습니다.
브랜드를 세운 이야기가 무너지니까 브랜드가 같이 무너진 겁니다.
이게 스토리의 양날이죠. 이야기로 올라간 브랜드는 이야기가 흔들리면 같이 흔들립니다.
제품으로 올라간 브랜드는 제품이 나빠져야 내려가지만, 이야기로 올라갔으면 제품이 멀쩡해도 내려갑니다.
그래서 뭘 지켜야 하나
진실성이
남습니다
여기서 답이 하나 나오죠. 스토리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합니다.
있지도 않은 허구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써서는 안 됩니다.
탐스는 이야기를 지어낸 건 아니었고, 진짜로 기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부가 하려던 일을 못 했습니다.
그러니 지어내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내건 이야기가 몇 년 뒤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이걸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이 이야기, 5년 뒤에도
같은 뜻입니까?"
지금 듣기 좋은 말과, 나중에도 버티는 말은 다릅니다. 유행을 얹은 이야기는 유행이 지나면 같이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죠. 저자도 어쨌든 스토리는 그 자체로 차별화 전략의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품은 카피할 수 있을지언정 이런 스토리는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이게 크죠. 잘 팔리면 일주일 만에 똑같이 생긴 게 올라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는 못 베낍니다.
그래서 스토리는 카테고리 리더 자리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린 그런 비화가 없는데요
없으면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우리 상품엔 탐스나 에비앙 같은 개발 비화가 없는데요."
당연하죠. 모든 제품, 기업이 에비앙과 탐스슈즈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탄생 비화가 독특한 경우는 운이 좋은 거죠. 그 자체로 좋은 줄거리라 따로 가공할 필요 없이 날것으로 알려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그런 게 없으면 스토리를 직접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법은 앞에서 두 번 보셨죠. 등장인물이 있고, 뭔가 막혔고, 그걸 넘었다. 이 세 칸이면 됩니다.
저자 본인도 욕실난방기를 팔 때 이 공식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겨울에 춥다고 목욕을 안 하려는 아이들이 있었고, 물이 많은 욕실에서도 감전 위험 없이 쓸 수 있는 난방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에비앙과 탐스슈즈에 비하면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럼에도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아 판매량에 큰 일조를 했습니다.
에비앙급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그게 정상이죠.
다만 하나만 지키시면 됩니다. 없는 걸 지어내지 마십시오. 그리고 몇 년 뒤에 후회할 말은 걸지 마십시오.
탐스가 남긴 게 그거죠. 브랜드는 제품보다 이야기 쪽이 먼저 무너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