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를 만들라고 하면 대개 회사 소개서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품질을, 같은 말이요.
그런 건 아무도 안 읽죠. 제가 본 잘 되는 스토리는 대개 구체적인 사건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에도 개발자 브랜드 스토리와 판매자 브랜드 스토리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둘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개발자 스토리 · 밧드용 진공 뚜껑
예약이 취소되면
고기가 남습니다
제가 파는 상품 중 밧드용 진공 뚜껑이 있습니다.
음식점 하는 사장님들 스테인리스 밧드를 많이 사용하시죠. 그 밧드에 뚜껑을 덮고 펌핑을 하면 밧드 안의 공기가 빠져나가 식재료를 진공 보관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이 상품은 실제 북창동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만드셨습니다.
왜 만들었냐면 이렇습니다.
기껏 예약에 대비해 인원수 맞춰 고기를 준비해놨는데, 예약 취소와 노쇼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고기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손실을 줄일까 고민한 끝에 고기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진공 용기를 만드신 것이죠.
이 이야기가 왜 힘이 있는지 보십시오. "보관이 불편해서"가 아닙니다.
"노쇼 때문에 고기를 버렸다"입니다. 장면이 하나 있고, 손해가 얼마인지 짐작이 가고, 화가 나는 지점까지 같이 옵니다.
이처럼 상품을 직접 제조한 경우 다들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 상품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 개발 비화를 진솔하게 풀어내면 그것이 곧 브랜드 스토리가 됩니다.
그럼 만든 사람이 아니면
가져온 이유도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유통업자인데요?"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가져다 파는데, 그러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통하는 사람 역시 세상에 많고 많은 상품 중에 왜 하필 이 상품을 소싱하게 되었는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실제 셀렉트샵 상세페이지를 보면 'MD의 선택', '에디터의 픽(Pick)!' 해서 왜 우리가 이 상품을 고르게 되었는지 이유를 해설하곤 합니다.
판매자 스토리 · ABC주스
공장을 전국으로
찾아다녔습니다
예전에 컨설팅을 도와드린 사례인데, ABC주스를 판매하는 분이었습니다.
이분은 원래 ABC주스, 해독주스, 청혈주스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쪽 일을 하던 분이 아니었거든요.
계기는 가족이었는데, 따님 문제로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공부를 시작하면서 ABC주스를 알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직접 주스를 만들어 먹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직접 만들어 먹이는 걸로는 오래 못 가겠다 싶으셨고, 그때부터가 이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딸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ABC 주스를 만드는 공장을 전국 방방곳곳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선은 같습니다. 왜 찾아다녔는지까지가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몸이 어떻게 됐다는 이야기로 넘어가면, 그건 스토리가 아니라 효능 광고가 됩니다.
찾고 찾은 끝에 그런 공장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주스를 사입해서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이분은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았죠. 주스도 남이 만든 것이고, 공장도 남의 공장입니다.
그런데 전국을 돌아다닌 건 이분입니다. 그게 스토리죠.
이처럼 유통사는 상품을 소싱한 이유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면 됩니다.
두 이야기가 같은 것
재료는
세 개뿐입니다
지난 편에서 무릎보호대를 보며 등장인물·갈등·극복 이야기를 했는데, 이 두 이야기도 같은 재료로 되어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마지막 칸 하나입니다. 만들었느냐, 찾았느냐.
그러니 "저는 만든 사람이 아니라서 쓸 게 없다"는 건 세 번째 칸만 보고 하는 말입니다. 내가 누구였는지, 뭐가 막혔는지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신뢰도로 이어지죠. 상세페이지에 이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확 납니다. 전문성이 중요한 상품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스토리 다음에 붙는 것
어디서 만드는지도
이야기입니다
신뢰도를 올리는 재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디서 만들어지는가입니다.
만약 내 상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어필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찍느냐는 상품에 따라 다릅니다. 밧드 뚜껑은 플라스틱을 뽑는 물건이라 기계 라인이 곧 증거였습니다.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먹거나 피부에 닿는 것이라면 찍을 게 달라집니다. 이때는 청결한 제조 환경이 더 중요한 상품군이니, 깔끔하게 청소된 공장에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찍는 편이 낫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말로 "믿을 수 있습니다"라고 백 번 쓰는 것보다 공장 사진 한 장이 낫습니다.
"이 상품을 왜
고르셨습니까?"
만든 분이면 왜 만들었는지, 가져온 분이면 왜 그걸 골랐는지. 답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안 적어놨을 뿐입니다.
거창하게 쓰실 필요 없습니다. 노쇼로 고기를 버린 날 같은 이야기면 충분하죠.
오히려 손해 본 이야기가 더 잘 읽힙니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고, 읽는 사람도 겪어봤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