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칼라마법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실리콘 클레이에 라바 캐릭터를 입혀 대박이 난 제품이었죠.
오늘은 그다음입니다. 한 번 통한 걸 저는 세 번 우려먹었습니다.
같은 방법을 옆으로 옮기고, 또 옆으로 옮기고, 결국 완구가 아닌 데까지 옮겼습니다.
한 걸음 · 옆 제품으로
통한 방법은
바로 옆에 씁니다
캐릭터를 입히는 게 생각 이상으로 판매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 제품에 그대로 했습니다. 번개카라는 유아용 장난감 자동차였는데, 핸들을 흔들면 앞으로 나가는 물건이죠.
여기에도 라바 디자인을 씌워서 팔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게 있습니다. 아무 캐릭터나 아무 제품에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연결고리가 여기도 있어야 합니다. 칼라마법사는 화나면 빨개지는 라바와 이어졌죠. 그럼 번개카는요.
번개카의 연결고리
빨리 나간다
빨리 달린다
빨리 달리는 라바
애니메이션을 보면 지렁이들이 빨리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번개카와 연결고리가 충분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번개카와 라바번개카를 합쳐서 100억을 넘게 팔았습니다.
수치를 정확히 읽어드리겠습니다. 라바를 입힌 것만으로 100억이 아닙니다. 라바를 입히기 전 번개카와, 입힌 뒤 라바번개카를 합친 숫자죠.
나중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협찬 PPL까지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건 제가 기획한 게 아니라, 방송작가에게 연락이 와서 하게 된 겁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잘 팔렸고, 그래서 방송이 따라온 겁니다. 방송에 나와서 잘 팔린 게 아니거든요.
두 걸음 · 다른 카테고리로
완구 기술을
빨대에 넣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완구 안에서 옆으로 옮긴 거고, 한 번 더 옮길 데가 있었습니다.
칼라마법사의 그 기술,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실리콘 말입니다. 이건 캐릭터가 아니라 기술입니다.
기술은 완구에만 쓰라는 법이 없으니 완전히 다른 물건에 넣었습니다. 빨대입니다.
오투롤이라는 개방형 실리콘 빨대를 팔고 있었습니다. 다회용 빨대죠.
처음 이 제품을 팔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만류했습니다. 객단가가 3,000원도 안 되는 빨대를 잘 팔아봐야 얼마나 벌겠냐고요.
그런데 오투롤도 많이 팔렸습니다.
기술 하나가 세 번 일한다
색이 변한다
캐릭터를 옮김
기술을 옮김
여기가 이 편의 핵심입니다. 캐릭터는 옆 제품으로 옮겼고, 기술은 다른 카테고리로 옮겼습니다.
세 걸음 · 잘 될 때 접는다
스타벅스가
따라왔습니다
오투롤이 잘 팔리기 시작하니까 예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개방형 실리콘 빨대의 카피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늘 있는 일인데 카피 중에 한 곳이 남달랐습니다. 스타벅스에서도 실리콘 빨대를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서 판단을 해야 했죠. 오투롤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쭉 팔아도
좋았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대부분 여기서 그냥 갑니다. 그리고 카피가 따라잡을 때쯤 뒤늦게 움직입니다.
저는 잘 팔리는 오투롤을 일부러 접었습니다. 그리고 새 제품으로 갈아탔죠.
이유는 하나입니다. 미래를 생각해서입니다.
황금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열매를 거뒀더라도, 사후관리가 미흡하면 카테고리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경쟁사가 쫓아오기 시작하면 벌어들인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서, 더 강력한 제품으로 더 멀리 달아나야 합니다.
카피가 왔을 때
그대로 둔다
다음 걸 낸다
추격당하고 나서가 아니라
앞서 있을 때 갈아탑니다
그럼 뭘로 갈아탔느냐. 여기서 세 걸음이 하나로 모입니다.
마침 제조사에 우수한 실리콘 기술이 있어서, 한때 칼라마법사에 썼던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기술을 빨대에 추가했습니다.
완구에서 왔던 그 기술이, 돌고 돌아 빨대의 다음 무기가 된 겁니다.
왜 하필 「색」이었나
빨대를 왜 사는지를
봤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으셔야 합니다. 업그레이드할 게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색이었나.
더 튼튼하게, 더 싸게, 더 위생적으로. 방향은 여럿이었지만 색을 골랐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다회용 빨대를 왜 사는지에 있습니다.
다회용 빨대는 꼭 필요해서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일회용도 충분하니까요. 그럼에도 다회용을 쓴다는 건,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이 시장의 본질이 자기과시라면, 업그레이드는 눈에 보이는 쪽이어야 합니다.
더 튼튼한 빨대는 자랑거리가 안 되지만, 손에 쥐면 색이 변하는 빨대는 자랑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색이었습니다. 시장이 왜 사는지를 알면, 어느 쪽으로 업그레이드할지가 정해집니다.
대표님 차례입니다
통한 건
한 번만 쓰지 마십시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라바라는 씨앗 하나에서 나무가 여러 그루 나왔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대표님 상품에도 한 번 통한 게 있으실 겁니다. 잘 나가는 상품 하나요.
대개 그걸 그 자리에서만 씁니다. 잘 팔리니까 그대로 두는 거죠.
그런데 통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캐릭터든, 기술이든, 파는 방식이든. 그 이유를 떼어내면 옆 상품에도 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카피가 붙기 시작하면, 잘 팔릴 때 다음 걸 준비하십시오. 추격당하고 나서 움직이면 늦습니다.
잘 팔릴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잘 팔린다는 건 남들 눈에도 띄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때가 다음을 준비할 때지, 쉴 때가 아닙니다.
오늘 하실 건 하나입니다.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상품을 하나 떠올려보십시오.
그게 왜 통했는지 한 줄로 적어보시면, 그 한 줄이 옆 상품과 다음 상품의 설계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