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고객이 '왜 고르는가'(⑤ 비교)를 잡았습니다.
고르고 나면 마지막 관문이 남습니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 단추, ⑥ 전환이죠. 무대는 상세페이지입니다. 여기서 설득하지 못하면 결제는 일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최후의 전장이라 부릅니다.
대표님 상세페이지, 혹시 이렇지 않나요
- 클릭은 되는데 구매가 안 된다
- 장바구니에서 멈춘다
- 상세페이지가 스펙 나열이다
- 위쪽 30%가 로고와 인사말로 채워져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하나는 무엇을 쓰느냐(스펙이냐 편익이냐), 다른 하나는 어디에 쓰느냐(순서)죠.
이론 · 골든존
상세페이지는 위에서
10초 안에 갈립니다
상세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대부분 위쪽만 훑고, 흥미가 없으면 그대로 뒤로가기를 누르죠. 그러니 사실상 승부는 맨 위 짧은 구간에서 납니다. 저는 이 자리를 골든존이라 부릅니다.
골든존 · 8~12초
여기서 못 붙잡으면 아래는 아예 안 읽힙니다. 그런데 많은 상세페이지가 이 자리를 로고와 인사말로 씁니다.
사례 1 · 바툼 바디플럽
회사는 '7200rpm'을
강조하자고 했습니다
바디드라이어를 맡았을 때 일입니다. 샤워 후 몸을 말려주는 벽걸이 가전이죠. 제조사가 넘겨준 자료는 스펙 10개가 전부였습니다. 실제 상품 정보를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겁니다.
회사에서는 특히 7200rpm을 강조하자고 했습니다. 모터가 그만큼 빠르게 돈다는 뜻이죠. 그런데 솔직히, 7200rpm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 게 정상입니다. 그건 만든 사람의 언어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나의 문장 틀에 스펙을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제품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를 줄 수 있습니다."
스펙을 버리는 게 아니라, 뒤에 '그렇기 때문에'를 붙이는 겁니다.
이 틀에 아까 그 스펙들을 하나씩 넣어봤습니다.
보시면 스펙을 버린 게 아닙니다. 숫자는 그대로 두고, 뒤에 '그렇기 때문에'를 붙였을 뿐이죠.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광고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바꿔주는 일.
참고로 경쟁 제품들은 발판형이었습니다. 바닥에 놓고 올라서는 방식이죠. 이걸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머리를 말리려면 물구나무를 서야 하고, 등을 말리려면 요가 아치를 해야 합니다." 스펙 비교표 하나 없이, 벽걸이형이 왜 나은지가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사례 2 · 오누즈 배틀라이더
상세페이지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무엇을 쓸지 정했으면 어디에 쓸지가 남습니다. 이번엔 무선 조종 RC카 배틀라이더로 보겠습니다. 범퍼카 모양이라 부딪히면 라이더가 튕겨 나오는 완구예요.
먼저 골든존입니다. 위쪽 30%에 무엇을 넣었을까요.
시중 RC카는 대부분 람보르기니나 부가티 같은 실제 차를 흉내 내거나, 밖에서 굴릴 걸 생각해 튼튼한 오프로드형으로 만듭니다. 배틀라이더는 달랐습니다. 부딪히면 라이더가 튀어나가는 범퍼카였죠. 그래서 컨셉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대결하면서 놀아주기 최적화된 RC카.'
왜 '대결'이었을까요. 여기서 고객의 진짜 상황이 나옵니다.
부모는 왜 장난감을 사줄까요.
아이의 행복이 첫째지만,
애를 둘 키워보니 현실적인 이유도 있더군요. 집안일로 힘들어 잠깐 쉬고 싶은데, 아이는 계속 놀아달라고 조르니까요.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그 상황에 맞춰 만들었습니다. 범퍼카를 본떠 만들어 부서질 일이 없고, 라이더가 튕겨 나가니 승부가 나며, 무엇보다 어른이 일방적으로 이겨버리면 아이가 재미없어하니 실력이 아니라 운으로도 승부가 갈리게 만들었죠.
여기에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부모에게 명분을요. 장난감을 사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걸리는 게 부모니까요.
이게 상세페이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소비자가 처한 상황, 문제, 불안, 걱정을 마치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읽어주고, "당신의 그 문제요? 저희가 해결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상세페이지는 여러 블록(구획)을 쌓아 만듭니다. 열네 개로 나누든 여덟 개로 나누든, 그 순서에는 원리가 있습니다. 결국 네 개의 흐름으로 정리됩니다.
이렇게 설계한 게 진짜 통했는지는, 후기가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짚겠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디자인 업체에 맡기면, 디자이너가 알아서 시장조사를 해서 이런 내용을 넣어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외주를 주면 디자인은 나오지만, 기획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장조사도 내용 기획도 결국 우리가 해야 합니다.
오늘을 상세페이지 하나로 보면 이렇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고객은 결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데 진짜 매출은 그다음에 만들어집니다. 산 사람이 또 사고, 남에게 권하는 단계요.
그러니 오늘, 대표님 상세페이지의 맨 위를 보세요.
"위에서 8초, 무엇이 보이는가?"
다음 편 예고 · 8편 ⑦ 리뷰
마지막 단추입니다. 내가 백 번 말하는 것보다, 남의 후기 하나가 셉니다.
1편에서 보셨던 그 텀블러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커뮤니티엔 이미 수많은 개선 사례가 쌓여 있습니다. 대표님 상품에 그대로 대입해보세요.
셀러박사는 누구인가
겨울 4달 10억, 운이 아니라 원리였습니다
이야기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