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고객이 '왜 사는가'(① 필요)를 잡았습니다.
필요를 잡았으면, 이제 고객이 그 상품을 '어떻게 찾느냐'입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단추, ② 접점이죠.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놔도, 고객이 검색하는 단어 위에 내 상품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대부분 1차원적인 답에 멈춥니다. 무릎보호대니까 '무릎보호대', 달력이니까 '달력'. 검색량 큰 대표 키워드 하나만 붙잡죠. 문제는, 검색량이 곧 매출은 아니라는 겁니다. 먼저 '키워드'가 뭔지부터 말씀드릴게요.
이론 · 접점이란 무엇인가
키워드는, 고객의 생각이
글자로 나온 겁니다
말은 어려운데 뜻은 간단합니다. 키워드 = 소비자의 현재 생각. 고객이 검색창에 친 단어가, 지금 그 사람 머릿속을 그대로 글자로 옮긴 겁니다. 그러니 키워드를 읽으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보이죠.
그런데 같은 물건도 검색어가 갈립니다. 크게 대표 키워드와 세부 키워드인데, 이 둘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대표 키워드
검색량은 크지만 아무나 검색합니다. "어떤 종류가 있나" 둘러보는 중이라, 잘 안 사죠.
전환율 낮음세부 키워드
검색량은 작지만 살 사람만 검색합니다. "이걸 사야겠다" 좁혀진 상태라, 잘 삽니다.
전환율 높음핵심은 이겁니다. 검색량이 큰 키워드가 아니라, 내 고객이 쓰는 키워드가 돈이 됩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지난 편에서 잡은 ① 필요가 정해줍니다. 필요가 '중장년'이면 키워드도 '노인'이어야 하죠. 제가 겪은 것 셋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례 1 · 공기찬 무릎보호대
같은 상품인데,
키워드가 고객을 걸러냈습니다
제가 판매했던 공기찬 무릎보호대는, 에어스프링에 공기를 넣어 압박 강도를 조절하는 신기능 제품이었습니다. 제조하신 사장님이 농사로 무릎이 상한 어머니를 생각해 만든 물건이라, 처음부터 철저히 중장년층을 위한 상품이었죠. 운동하는 젊은 층은 아예 배제하고요.
게다가 이 제품, 시장에서 제대로 성과를 냈습니다. 일본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의 438%를 달성했고, 국내 홈쇼핑에서도 1차·2차를 연달아 완판시켰죠.
그런데 저는 이 잘나가는 상품을, 굳이 전혀 다른 포지션의 키워드 위에 다시 세웠습니다. 판매 데이터가 그 이유를 보여줬거든요. 검색채널 보고서를 열어보니, 같은 상품이 키워드에 따라 전혀 다르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무릎보호대'로는 1,808명이 들어와 9명이 샀습니다. 100명 중 0.5명이죠. 그런데 앞에 '노인' 두 글자가 붙은 '노인 무릎보호대'에서는 100명 중 3.85명이 샀습니다. 같은 상품, 같은 시점인데 7.7배. 펀딩 438%에 홈쇼핑 완판까지 한 바로 그 제품이 말이죠.
짚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숫자는 뭔가를 고쳐서 올린 게 아니라, 같은 시점·같은 상품을 두 키워드로 나란히 놓고 본 겁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무릎보호대'는 중장년과 운동하는 젊은 층이 섞여서 검색하지만, '노인 무릎보호대'는 중장년만 검색하죠. 이 상품은 중장년용이니, 세부 키워드가 정확히 내 고객만 걸러준 겁니다. 제품이 나빠서 안 팔린 게 아니라, 고객 아닌 사람을 잔뜩 부른 거였어요.
그래서 광고 예산도 중장년층이 검색할 키워드에 몰아줬습니다. 대표 키워드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예산을 옮기라는 거죠. 그리고 이 '중장년'이라는 방향은, 앞에서 본 ① 필요('아픈 어머니')가 이미 정해준 것이었습니다.
사례 2 · 판촉용 달력
차별화가 하나도 없어도,
키워드가 많으면 팔립니다
방금은 신기능까지 갖춘 상품이었죠. 이번엔 정반대입니다. 내세울 거라곤 하나도 없는 상품이었어요. 후배 아버지가 달력 공장을 하시는데, 코로나로 판촉물 주문이 끊겨 곤란해지셨습니다. 샘플을 받아보니 가정집 벽에 걸릴 법한, 매력이라곤 없는 평범한 달력이었습니다. 디자인이 예뻤으면 문구로라도 밀어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시장조사를 하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세부 키워드가 너무나 다양했던 겁니다. '이건 다른 마케팅 없이, 키워드만으로 팔 수 있겠다' 싶었죠.
10~1월에 검색량이 폭증하는 이 세부키워드들로 상품을 노출시켰습니다. 여기에 옵션을 영리하게 걸었죠. 값싼 3,200원짜리로 노출해 클릭을 받고, 실제로는 3단 달력인 4,900원짜리를 파는 구조였습니다.
차별화가 하나도 없는 판촉 달력이, 2021년 11·12월 단 두 달 만에 4만 개 팔렸습니다. 매출 1억 6,000만 원. ⑤ 비교(차별화)가 텅 비어도, ② 접점 하나로 팔린다는 증거였죠.
사례 3 · 글린트아츠
만들기 전에,
검색량으로 시장을 먼저 쟀습니다
앞의 두 사례는 이미 있는 상품의 키워드를 찾은 거였습니다. 그런데 키워드는 '만들기 전'에도 쓸 수 있습니다. 시장이 있는지를 미리 재보는 잣대로요.
색칠놀이 브랜드 반짝커로 포일아트 시장 1등에 오른 뒤, 이걸 더 키울 새 시장을 찾다 명화 시장을 발견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곧장 제품부터 만들었을 텐데, 이번엔 순서를 뒤집었죠. 검색량부터 쟀습니다.
명화 관련 세부 키워드들의 월 검색량만 합쳐도 138,030회. 하루로 치면 4,452번씩 누군가 검색하고 있었던 겁니다. '시장이 있다'를 숫자로 확인한 뒤 성인 DIY 명화 브랜드 글린트아츠를 냈고, 이후 40종이 넘는 시리즈로 이어졌습니다.
반짝커 (앞서)
먼저 만들고, 팔 시장을 나중에 찾았습니다. 포일아트는 검색량이 적었죠.
시장을 나중에글린트아츠 (이번)
검색량을 먼저 재고, 시장을 확인한 뒤 만들었습니다. 명화는 월 138,030회.
시장을 먼저같은 회사, 같은 사람인데 순서만 바꿨습니다. 반짝커는 만들고 나서 팔 시장을 찾느라 고생했고, 글린트아츠는 시장을 먼저 재고 만들어 처음부터 자리를 맞췄죠.
오늘 세 사례를 정리하면, 키워드는 세 가지 일을 합니다.
거른다같은 상품도, 맞는 키워드가 살 고객만 걸러준다 (무릎보호대 · 7.7배)
판다차별화가 없어도, 세부키워드가 노출을 만들어 판다 (달력 · 두 달 1.6억)
잰다만들기 전에, 검색량으로 시장이 있는지 먼저 잰다 (글린트아츠 · 138,030)
검색량이 매출이 아닙니다.
내 고객의 단어가 매출입니다.
필요(①)를 잡고 키워드(②)를 찾았다면, 절반은 온 겁니다. 남은 건 그 키워드로 검색한 고객을 어디서 만나느냐죠. 그게 다음 단계입니다.
그러니 오늘, 대표님 상품에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내 고객은, 정확히 어떤 단어로 검색할까?"
다음 편 예고 · 4편 ③ 노출
키워드를 잡았으면, 이제 고객과 '어디서 만나느냐'입니다. 광고를 끄는 순간, 매출이 0으로 떨어지는 '송곳 그래프'.
돈을 넣을 때만 팔리는 상품과, 광고를 꺼도 팔리는 상품. 그 차이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커뮤니티엔 이미 수많은 개선 사례가 쌓여 있습니다. 대표님 상품에 그대로 대입해보세요.
셀러박사는 누구인가
겨울 4달 10억, 운이 아니라 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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