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책마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이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단어가 있습니다. 고객정의입니다.
단순히 타겟팅을 잡는 얘기가 아닙니다. 고객정의를 가장 이해하기 쉽게, 가장 잘 표현한 시가 있습니다. 김춘수의 「꽃」입니다.
이 시를 판매자의 관점으로, 단어만 조금 바꿔 읽어보겠습니다.
서비스가 필요한(너의) 고객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진정 비로소 꽃(고객정의)이 되었다.
판매자의 관점으로 바꿔 읽은 김춘수의 「꽃」
"고객의 이름을 불러준다"를 이해하려면 "안다"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얼굴 정도 아는 걸 안다고 하지 않죠. 보통은 이름까지 알아야 정말 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고객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고객을 안다!"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름이 불린다는 게 얼마나 막강한지는 모두 경험으로 압니다. 멀리서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으면, 아무리 작은 소리여도 모든 감각이 그쪽에 집중되죠.
"지인, 오프라인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니야?" 맞습니다. 다수 고객의 이름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 고객이 그동안 힘들고 불편했던 문제, 늘 필요로 했던 것을 잘 정의해 주는 것만으로 고객은 주목하고 공감합니다. 주목시킨다는 본질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실전 예시 · 치약 1
상황으로 부르면, 지나가던 사람이 멈춥니다
먼저 상황을 기준으로 고객을 정의한 상세페이지입니다. 제품 설명이 아니라 "언제"를 부릅니다.
오늘 오후에 면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줄에서 눈이 멈춥니다. 제품 이야기는 아직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말이죠.
실전 예시 · 치약 2
같은 페이지 안에 '전'과 '후'가 같이 있습니다
다음은 다른 치약의 상세페이지 전체입니다. 세 부류의 고객을 나눠 정의해 뒀습니다.
큰 제목 줄만 보겠습니다. "어린이가 사용하기 좋은 치약", "임산부도 안심하고 사용하기 좋은 치약". 보통은 이렇게 간략하게 나타냅니다. 나쁘진 않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씁니다.
조금만 더 세부적으로 확인해 볼까요? 같은 페이지에서 어린이 구획만 확대해 보겠습니다.
큰 제목 줄
어린이가 사용하기 좋은 치약
그 아래 작은 줄
치약을 삼키기 쉬운 유아
양치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단 음식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전'과 '후'가 다른 페이지에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은 페이지 안에 같이 있습니다. 단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양치할 때마다 실랑이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걸 보면 우리 아이가 생각나지 않을까요? 정의만 잘 했는데 "나에게 해당되는 상황인데?" 하고 와닿게 됩니다.
앞의 전체 화면을 다시 보시면, 나머지 두 구획도 똑같이 작은 줄을 달고 있습니다. "구취가 심하고 치아 변색이 걱정인 분". 집에 부모님이 계신 분은 여기서 어머님이 떠오릅니다.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인 출산맘과 육아맘". 우리 와이프잖아요, 우리 딸이잖아요. 사주고 싶지 않은가요?
만약 이런 문구를 넣지 않았다면 그분들은 부모님을, 아내를 떠올리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조사를 통해 그 상황에 맞는 고객정의를 얼마나 명확하게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실전 예시 · 연극 포스터
늦은 밤, 벽에 붙은 포스터 한 장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헤어진 상황. 친구와의 대화입니다.
- 친구야, 요즘 잘 웃지도 않고 얼굴이 왜 이렇냐? 무슨 일 있어?
- 본인나 사실은… 여자친구가 그 남자랑 같이 있는 거 걸렸잖아. 헤어지기 싫어서 용서해 준다고 했더니, 우리 그만 만나자는 거야. 근데 정말 화나는 게 뭔지 아냐? 그걸 또 붙잡고 있더라고, 내가. 얼마나 한심하던지.
- 친구진짜 너무했다. 너 잘못한 것 없어. 사실 그 친구보다 네가 더 아깝다. 걱정하지 마, 곧 다른 사람 생길 거야. 안 되면 내가 소개팅 시켜줄게.
친구랑 술 한잔하고, 늦은 밤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 벽에 포스터 한 장이 붙어 있습니다.
"헤어진 X-연인이
미치도록 그리운 당신"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당신"
어제는 보이지도 않던 포스터가, 오늘은 내 이야기가 됩니다.
내가 그 친구의 입장이라면, 이 문구가 눈에 확 띄지 않을까요? 얼마 전까지 신경조차 쓰지 않던 포스터인데 지금은 얼마나 공감이 갈까요. 이건 내 이야기고, 내 마음을 공감해 줄 것 같고, 해결책을 줄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연극 포스터의 문구 하나가 예매라는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상황에 맞게 글로 고객을 정의하는 것뿐인데,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사장님 체크
- "30대 여성" 같은 타겟 한 줄 대신, 고객이 처한 상황을 문장으로 적는다
- 내 페이지의 큰 제목 아래에 작은 줄이 있는지 본다. 없다면 거기가 빈 자리다
- 쓰는 사람별로 나눠 정의한다 (아이 · 부모님 · 출산맘처럼)
- "~해서 힘든 당신"처럼 고객을 직접 불러본다
- 리뷰 · 카페 · 커뮤니티 조사로 그 상황을 구체화한다
고객을 정의한다는 건, 내 상세페이지가 '나의 이야기'로 인식되게 만드는 일입니다. 나의 이야기니까, 내가 필요하니까 고객은 삽니다.
다음 편 예고
고객을 불러 세웠다면, 다음은 믿게 만들 차례입니다. "'다슬기를'과 '다슬기만을'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만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슬기 실전 예시로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