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재 · 11화 · 어린이 3D펜 경쟁사 분석

맨 위 1등이 진짜 1등이 아니었습니다.

검색 첫 화면 맨 위에 있던 상품이 리뷰는 3분의 1이었는데, 정렬 한 번 바꾸자 다른 상품이 나왔습니다.

당그니 3D펜을 팔기 전에 경쟁사를 정해야 했는데, 어린이3d펜으로 검색하니 전체 상품이 15,512개였습니다.

어린이3d펜 검색 첫 화면 — 전체 15,512개, 맨 위는 광고, 랭킹순
어린이3d펜 네이버 검색 첫 화면

이 중에 누구를 뜯어봐야 할까요.

보통은 맨 위에 있는 걸 봅니다. 검색하면 쇼핑검색 광고를 시작으로 상품이 쭉 뜨고, 기본 정렬도 네이버 랭킹순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정렬 기준을 바꿨습니다. 그 옆에 낮은 가격순, 높은 가격순, 리뷰 많은순, 리뷰 좋은순, 등록일순이 있는데, 리뷰 많은순을 눌렀습니다.

01

정렬을 바꾸자

순위 높던 상품이 내려갔습니다

어린이 3D펜 리뷰 많은순 정렬 결과
어린이 3D펜 리뷰 많은순 정렬

바뀐 리뷰순 화면을 뜯어보죠. 여러 경쟁사 상품 중 리뷰 1536개인 상품이 있고, 그 밑에 1387개인 상품도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니 사실상 리뷰가 2923개인 셈입니다.

2,923
펜톡쿨 — 같은 브랜드 둘을 합친 리뷰
846
헬로키티 — 브랜드로 묶은 2등

브랜드로 묶으면 2등인 헬로키티는 846개. 3배가 넘게 차이 납니다. 그런데 정렬을 바꾸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사하던 당시 네이버 랭킹순에서는 리뷰가 훨씬 적은 헬로키티가 펜톡쿨보다 위에 있었습니다. 최근 며칠 판매가 반짝 몰리면, 리뷰가 적어도 맨 위로 올라오거든요.

순위는 헬로키티가 더 높지만, 더 잘나가는 상품은 펜톡쿨이었습니다.

02

이론 · 랭킹과 리뷰는 다른 시계다

하나는 순간이고 하나는 누적입니다

왜 리뷰 많은순으로 봐야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는 지금 당장 잘나가는 상품을 우선 보여줍니다. 최근 클릭·판매·리뷰를 합쳐 매기는 네이버 내부 점수, 곧 인기도 지수에 따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죠.

랭킹순

지금 이 순간 잘 나가는 상품

리뷰순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잘 나간 상품

그러니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잘 팔린 강호를 찾으려면 리뷰 많은순으로 봐야 합니다.

반대로 검색 첫 화면 1등을 그대로 경쟁사로 삼으면, 어제 반짝 오른 상품을 한 달 내내 뜯어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펜톡쿨 상품으로 들어갔습니다.

03

뜯어보기 · 잘 만든 쪽부터

기본에 충실한 상세페이지였습니다

먼저 한 번에 얼마어치 사 가는지부터 볼까요? 옵션을 살펴보니 3d펜 본품에 필라멘트, 교재, 어댑터까지 충실하게 갖춰두었습니다. 하나 사러 온 사람에게 더 얹어 파는 설계를 잘해두었더군요.

펜톡쿨 상세페이지 옵션 화면 — 필라멘트·교재·어댑터, 총 79,200원
펜톡쿨 상세페이지 옵션 선택 화면

저희도 이런 기본은 따라가되 더 풍성한 세트 구성을 고민해볼 수 있겠습니다. 구성만 신경 쓴 게 아니라, 제품에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펜톡쿨 상세페이지에서 제품 이야기를 푸는 자리
펜톡쿨 상세페이지 속 소개 문구

상세페이지도 쭉 살펴봤습니다. 3d펜으로 작품을 만드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상품 구성 패키지와 3d펜의 기능을 잘 설명해 두었습니다.

상세페이지는 이런 점까지 짚습니다. 쥐는 느낌(그립감)이 좋고, 필라멘트가 중간에 안 막히고, 배터리가 오래가고, 아이가 놀기 좋은 저온 필라멘트를 쓴다. 이렇게 사용하면 되고 주의할 점은 무엇이다. 하나같이 제품 쪽 이야기죠.

기본에 충실하게 잘 만든 상세페이지입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보통 마음이 꺾입니다. 1등은 다 이유가 있어서 1등이구나 싶으니까요.

04

그런데 안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전부 자기 이야기였습니다

아쉬운 건 자사 상품 이야기만 있고, 소비자 이야기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 상세페이지를 다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파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쓰는지, 누가 쓸 수 있는지까지 다 있는데, 이걸 언제, 왜 사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책상 위의 3D펜과 필라멘트, 그 펜으로 그려 세워 둔 작은 조형물
3D펜과 필라멘트로 세운 조형물

아이가 언제 이걸 갖고 싶어 하는지, 부모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사고 나면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승산이 보였습니다.

당그니도 저온 방식에 배터리·필라멘트 사양이 대등했고, 디자인은 오히려 더 낫다고 봤습니다. 기능으로만 붙어도 밀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집니다. 동영상으로 활용 방법을 보여주는 등 경쟁사가 잘 만든 틀은 그대로 따르되, 경쟁사가 놓친 콘텐츠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따라간다 · 이미 잘함옵션 구성 · 활용 동영상 · 기능 설명 · 사용법과 주의사항
더 넣는다 · 안 적혀 있음누가 언제 왜 사는지 · 사고 나서 집에서 벌어지는 일 · 사용자의 말

그런데 거기에 무슨 말을 넣을지 알려면 소비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부터 들어야 합니다. 그건 어디서 찾을까요. 1등 상품의 리뷰를 쭉 읽다 보면, 경쟁사 조사를 하면서 소비자 조사까지 덤으로 됩니다. 경쟁사 리뷰창이 바로 그 창고입니다.

거기서 나온 말을 상세페이지 자리에 옮겨 담으면 됩니다. 다만 과제가 하나 더 남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쌓인 후기가 부족하죠. 그런데 경쟁사도 리뷰를 모으는 이벤트를 따로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틈이 있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이벤트를 열어 후기를 모으면, 충분히 1등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등을 뜯었는데 못 이길 것 같습니까?

다 갖춘 것처럼 보여도 소비자 이야기가 빠져 있다면, 거기가 바로 비집고 들어갈 자리입니다. 딱 한 가지만 해보십시오.

지금 네이버에서 대표님 상품의 대표 키워드를 검색하고, 정렬을 랭킹순에서 리뷰 많은순으로 바꿔보십시오.

맨 위 상품이 바뀐다면, 그동안 엉뚱한 상대를 경쟁사로 알고 계셨던 겁니다. 이제 그 진짜 1등의 리뷰를 열어 소비자가 하는 말을 읽어보십시오.

판매자만 떠들고 소비자는 보이지 않는 자리, 거기가 바로 대표님이 들어갈 자리입니다.

엠케터 전준혁

이어지는 수

구독자 300만 1위를 왜 명단에서 뺐을까

어린이 3D펜 시장을 쥐고 있던 거대한 1위 브랜드를 맞상대 목록에서 지워버리고 자기 판을 짠 기준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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