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재 · 25화 · 라바 번개카 · 오투롤 실리콘 빨대

잘 팔리는 걸 스스로 접었습니다.

한 번 통한 방법은 옆 제품으로 옮겼습니다. 그다음엔 아예 다른 카테고리로 옮겼고요. 그리고 스타벅스가 따라오자, 잘 팔리던 제품을 스스로 단종시켰습니다.

지난 편에서 칼라마법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실리콘 클레이에 라바 캐릭터를 입혀 대박이 난 제품이었죠.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입니다. 한 번 통한 방식을 저는 세 번 활용했습니다.

같은 방법을 옆 제품으로 옮기고, 또 옮기며, 결국 완구가 아닌 분야까지 넓혔습니다.

01

한 걸음 · 옆 제품으로

통한 방법은
바로 옆에 씁니다

캐릭터를 입히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판매에 효과적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 제품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번개카라는 유아용 장난감 자동차였는데, 핸들을 좌우로 흔들면 앞으로 나가는 제품이었죠.

여기에도 라바 디자인을 씌워서 팔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무 캐릭터나 아무 제품에 붙인다고 통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연결고리가 여기에도 있어야 합니다. 칼라마법사는 화나면 빨개지는 라바의 성격과 이어졌죠. 그렇다면 번개카는 어땠을까요?

번개카의 연결고리

번개카
앞으로
빨리 나간다
∩
라바
지렁이들이
빨리 달린다

빨리 달리는 라바

애니메이션 원작을 보면 지렁이들이 빠르게 달리는 장면이 많아 번개카와의 연결고리가 충분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번개카와 라바번개카를 합쳐서 100억 넘게 팔았습니다.

수치를 정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라바를 입힌 것만으로 100억이 아닙니다. 라바를 입히기 전의 번개카와, 입힌 뒤의 라바번개카 매출을 합친 숫자입니다.

나중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협찬 PPL까지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건 제가 먼저 기획한 게 아니라, 방송작가에게 연락이 와서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잘 팔렸기에 방송이 따라온 겁니다. 방송에 나와서 비로소 잘 팔린 게 아니거든요.

02

두 걸음 · 다른 카테고리로

완구 기술을
빨대에 넣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완구 안에서 옆 제품으로 옮겨간 것이고, 한 번 더 확장할 곳이 있었습니다.

칼라마법사에 쓰인 핵심 기술, 바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실리콘입니다. 이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기술입니다.

기술을 완구에만 쓰라는 법은 없기에 전혀 다른 제품에 적용했습니다. 바로 빨대입니다.

당시 오투롤이라는 개방형 실리콘 빨대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씻어서 다시 쓰는 다회용 빨대였죠.

처음 이 제품을 선보였을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만류했습니다. 객단가가 3,000원도 안 되는 빨대를 팔아봐야 얼마나 벌겠냐면서요.

하지만 오투롤도 시장에서 크게 팔렸습니다.

기술 하나가 세 번 일한다

클레이
칼라마법사
색이 변한다
→
완구 옆
번개카
캐릭터를 옮김
→
빨대
오투롤
기술을 옮김

이 지점이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캐릭터는 옆 제품으로 옮겼고, 기술은 다른 카테고리로 옮겼습니다.

03

세 걸음 · 잘 될 때 접는다

스타벅스가
따라왔습니다

오투롤이 잘 팔리기 시작하자 예상했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개방형 실리콘 빨대 카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카피 대열에 합류한 한 곳이 남달랐습니다. 스타벅스에서도 실리콘 빨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빠른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오투롤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었으니까요.

이대로 쭉 팔아도
좋았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굳이 건드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은 이 상태에 안주합니다. 그러다 모방품에 추격당할 때쯤 뒤늦게 움직이죠.

하지만 저는 잘 팔리던 오투롤을 스스로 접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새 제품으로 갈아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황금나무 한 그루를 심어 풍성한 열매를 거뒀더라도, 사후 관리가 미흡하면 결코 카테고리 리더 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경쟁사가 뒤쫓아오기 시작할 때, 벌어들인 돈을 연구개발에 과감히 재투자해 더 강력한 제품으로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카피가 왔을 때

보통
잘 팔리니까
그대로 둔다
↔
여기
잘 팔릴 때
다음 걸 낸다

추격당하고 나서가 아니라
앞서 있을 때 갈아탑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으로 갈아탔을까요? 여기서 세 걸음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마침 제조사에 뛰어난 실리콘 제조 기술이 있었기에, 칼라마법사에 썼던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기술을 빨대에 적용했습니다.

완구에서 출발했던 바로 그 기술이, 돌고 돌아 빨대의 다음 무기로 진화한 것입니다.

04

왜 하필 「색」이었나

빨대를 왜 사는지를
봤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개선할 점이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색상 변화였을까요?

더 튼튼하게, 더 저렴하게, 더 위생적으로 개선하는 방향도 있었지만 저는 색을 선택했습니다.

해답은 사람들이 다회용 빨대를 왜 구매하는지에 있었습니다.

다회용 빨대는 생활 필수품이 아닙니다. 일회용 빨대로도 충분히 대체되니까요. 그럼에도 다회용을 쓴다는 건,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겉으로는환경을 위해 · 다회용을 쓴다명분
속으로는그런 나를 보여주고 싶다 · 자기과시진짜 이유

이 시장의 구매 동기가 자기과시라면, 제품 업그레이드는 눈에 확실히 드러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더 튼튼한 빨대는 자랑거리가 되기 어렵지만, 음료를 담거나 쥐었을 때 색이 변하는 빨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색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왜 사는지를 알면, 제품을 어느 방향으로 진화시켜야 할지가 명확해집니다.

05

대표님 차례입니다

통한 건
한 번만 쓰지 마십시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라바라는 하나의 씨앗에서 여러 그루의 나무가 자라났습니다.

한 걸음

옆 제품
번개카 · 캐릭터를 옮김

두 걸음

다른 카테고리
빨대 · 기술을 옮김

세 걸음

앞서서 교체
잘 팔릴 때 갈아탐

대표님의 비즈니스에도 분명 한 번 시장에서 통한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효자 노릇을 하는 대표 상품 하나쯤 말이죠.

대부분은 그걸 그 자리에만 머물러 두게 만듭니다. 지금 잘 팔리고 있으니 손대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데는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캐릭터든, 기술이든, 셀링 포인트든 말입니다. 그 핵심 요소를 떼어내면 다른 상품에도 통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경쟁사의 카피가 시작된다면 제품이 가장 잘 팔릴 때 다음 수를 준비하십시오. 완전히 추격당한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습니다.

잘 팔릴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잘 팔린다는 것은 이미 경쟁자들의 눈에 띄었다는 신호입니다. 바로 그때가 다음 카드를 꺼내야 할 순간이지, 안주할 때가 아닙니다.

오늘 하실 일은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하나를 떠올려보십시오.

그 상품이 왜 통했는지 단 한 줄로 명확히 적어보세요. 그 한 줄이 곧 옆 제품과 다음 신제품을 완성할 설계도가 됩니다.

엠케터 전준혁

물건 너머

오토바이 대신 판 것

잘 팔리던 것을 접고도 살아남으려면 대체할 수 없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1등 제조사가 아닌 할리가 되찾은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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