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재 · 26화 · 할리 데이비슨 · 몽블랑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한때 점유율도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되찾았습니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다른 것을 팔아서였습니다.

지난 편에서 통한 것을 옆으로 옮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옮길 땐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의 뒷면입니다. 제품이 제일 좋지 않아도 이기는 방법, 그리고 연결고리 없이도 건너가는 경우입니다.

01

제품으로는 졌습니다

일본 바이크에
시장을 뺏겼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전통이 깊은 회사지만, 오토바이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한때 일본산 바이크에 시장을 크게 빼앗겼습니다. 성능으로도, 가격으로도 밀렸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럴 때 내놓는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더 좋은 엔진, 더 낮은 가격. 제품으로 맞붙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품으로 붙으면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이깁니다. 할리는 그런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02

그래서 뭘 팔았나

오토바이가 아니라
오토바이 문화를 팔았습니다

다시 점유율을 되찾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오토바이 문화’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할리 오너스 그룹(H.O.G)이라는 바이크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할리 오너스 그룹(H.O.G) 모임
할리 오너스 그룹 모임 현장

이 클럽에서는 입문자를 위한 주행 교육이나 단체 오토바이 여행 같은 행사를 정기적으로 엽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핵심입니다. 연령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 단지 할리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됩니다.

바이크를 타고 전국 투어를 다녀오면 끈끈한 유대가 생기고, 이들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할리의 자발적인 팬이자 열광적인 전도사로 변합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이 그룹에는 전세계 130만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합니다. 회사의 가장 든든한 브랜드 자산이 된 셈입니다.

다시 보십시오. 할리는 오토바이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제일 잘 만드는 회사도 아닙니다. 바꾼 것은 산 사람이 무엇을 얻는가였습니다.

같은 오토바이, 다른 것을 판다

경쟁사
더 좋은 오토바이
제품으로 이긴다
↔
할리
낄 수 있는 무리
소속감으로 이긴다
03

왜 이게 통하나

사람은
무리에 끼고 싶어 합니다

이 방법이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합니다.

가정, 학교, 회사, 동호회, 팬클럽, 온라인 커뮤니티. 어딘가에 속해 관계를 맺을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니 물건을 사면 어떤 무리에 속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 물건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섭니다.

이건 제품이 제일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리에 끼는 값은 제품 성능표에 적혀 있지 않으니까요.

04

이걸 어떻게 옮기나

「○○족」이라는
말을 보십시오

대표님의 상품도 할리처럼 사람들을 무리로 묶어낼 수 있다면 판매에 큰 도움이 됩니다.

거창한 클럽을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요즘 자주 쓰이는 「○○족」이라는 말을 떠올려보십시오.

캠핑족, 갓생족처럼 사람들이 스스로를 특정 무리에 소속시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엮어볼 수 있습니다.

제품을 무리와 엮는다

"요즘 ○○족들에게 열풍이라는"
"○○족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나 쓰는 것」이 아니라 「○○족이 쓰는 것」이 되고, 읽는 사람이 자신이 그 무리에 속한다고 느끼면 자연스레 손이 갑니다.

대표님의 상품을 사는 고객들이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르는지부터 찾아보십시오. 마땅한 이름이 없다면 먼저 붙여주어도 좋습니다.

05

연결고리가 없어도 되는 경우

만년필 회사가
시계를 팝니다

여기서 지난 편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옮길 때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화가 나면 빨개지는 라바가 색이 변하는 클레이에 붙고, 빨리 달리는 지렁이가 자동차에 붙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건너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몽블랑은 만년필로 유명한 회사인데, 몽블랑 시계도 만듭니다.

만년필과 시계는 기능이 전혀 겹치지 않습니다. 하나는 쓰는 필기도구이고, 하나는 차는 장신구니까요.

그런데도 자연스레 건너갔습니다. 대체 무엇이 건너간 걸까요.

두 종류의 다리

라바 → 자동차
빨리 달린다
구체적 특성
vs
만년필 → 시계
고급스럽다
추상적 이미지

몽블랑에서 건너간 것은 기능이 아니라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였습니다.

여기서 규칙이 하나 나옵니다. 구체적인 특성은 연결고리가 있어야 건너가지만, 추상적인 이미지는 연결고리 없이도 건너갑니다.

구체적 특성화나면 빨개진다 · 연결고리가 있어야 옮겨진다기능
추상적 이미지고급스럽다 · 연결고리 없이 옮겨진다느낌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추상적 이미지가 건너가려면, 그 이미지가 먼저 단단히 쌓여 있어야 합니다.

몽블랑이 「고급」을 옮겨올 수 있었던 것은 만년필로 수십 년간 「고급」을 쌓아두었기 때문입니다. 쌓인 이미지가 없는 회사는 옮길 자산이 없습니다.

06

대표님 차례입니다

둘 중 하나는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두 가지를 보셨습니다.

할리고객을 무리로 묶는다 · 지금 시작할 수 있다소속감
몽블랑쌓인 이미지를 다음 제품에 옮긴다 · 이미지부터 쌓아야 한다나중 단계

몽블랑 방식은 당장은 어렵습니다. 건넬 만한 이미지가 아직 부족하니까요. 그건 제품을 여럿 팔아 이름값이 쌓인 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할리 방식은 오늘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 상품을 사는 고객들이 스스로를 어떤 무리로 여기는지 한 줄 찾아보는 것부터요.

제일 좋은 물건이
이기는 게 아닙니다.

제일 좋은 물건은 대기업이 만듭니다. 작은 회사는 무리를 만들어 이깁니다. 성능표에 없는 값이 거기 있습니다.

오늘 하실 일은 딱 하나입니다. 내 단골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떠올려보십시오.

그들에게 공통된 무언가가 보인다면, 그게 바로 대표님이 만들 수 있는 무리의 씨앗입니다.

엠케터 전준혁

카피캣 대응

베낀 쪽이 먼저 경고문을 붙였습니다

최고의 기술만으로 팬을 모으는 건 아닙니다. 내 상세페이지를 베껴간 곳이 도리어 큰소리칠 때 선택한 다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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