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페이지를 만들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업계 사람만 알아듣는 전문용어를 쓰게 됩니다.
제조사가 준 스펙 시트(제품 사양표)를 그대로 옮기면 그렇게 됩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읽는 사람 머릿속에는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죠.
소비자가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며 멈칫하게 만드는 단어는 피해야 합니다.
번역이 두 종류입니다
알겠는데 안 그려지는 것
고쳐야 할 문장은 두 갈래이며, 처방도 다릅니다.
첫째는 뜻을 몰라서 못 읽는 문장입니다. db(데시벨)나 IPX(방수 등급)처럼 업계에서만 통하는 표기입니다.
고치기 전 · 단위
64.2db의 저소음 모터
고친 뒤 · 비교 대상
조용한 사무실 정도의 소음
64.2db가 조용한지 시끄러운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비교할 대상을 붙여주면 그 자리에서 단번에 와닿습니다.
둘째는 뜻은 알지만 크기가 안 그려지는 문장입니다. 모호한 표현도, 지나치게 정확한 숫자도 여기에 속합니다.
고치기 전 · 추상
깃털처럼 가벼운 안경테
고친 뒤 · 구체
500원 동전 무게의 안경테

“깃털처럼 가볍다”는 말뜻은 압니다. 하지만 얼마나 가벼운지는 손에 잡히지 않죠. 깃털을 손에 얹어본 사람보다 500원짜리 동전을 쥐어본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고치기 전 · 안 잡힘
17.7L 대용량
고친 뒤 · 잡힘
1L 생수 17병이 들어가는 대용량
17.7리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리터가 무엇인지 알고 숫자도 정확하지만, 17.7이라는 크기는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생수병으로 바꾸니 바로 와닿습니다.
세 예시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소비자가 이미 아는 대상에 빗대어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사무실, 생수병, 500원짜리 동전. 누구나 머릿속에 이미 떠올릴 수 있는 대상들입니다.
기준은 분명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어도 단번에 이해하는 상세페이지를 목표로 카피를 다듬어야 합니다.
배치·크기·간격이 좌우합니다
같은 내용인데 한쪽만 읽힙니다
문장을 말끔히 다듬었는데도 읽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PC 화면 기준으로 만들었을 때가 그렇습니다.
상세페이지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막힘없이 읽혀야 합니다.


특징을 가로로 길게 늘어놓으면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네 칸을 한 줄로 나열하지 말고 두 줄로 나누어 접으세요. 화면을 확대하지 않아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글자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 기준은 이렇습니다. 스마트스토어 기본 상세 폭인 가로 860px 기준이며, 모바일에서 이미지가 축소되어도 글자가 뭉개지지 않는 마지노선입니다.
글꼴은 저작권 걱정 없는 무료 폰트면 충분합니다. 제목에는 굵고 시원한 G마켓산스, 본문에는 획이 깔끔해 작아도 잘 읽히는 나눔스퀘어가 알맞습니다.
다음은 간격입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넘길 때마다 내용이 한 덩어리씩 보이도록 여백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글은 짧게 씁니다. 긴 설명문을 늘어놓지 말고 핵심만 짧고 간결하게 쓰세요. 불필요한 글자는 과감히 덜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잘 읽힌다고 사는 건 아닙니다
여기까지 다듬으면 잘 읽히는 상세페이지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잘 읽힌다고 해서 무조건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물건을 사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해서 사는 니즈(기능적 필요)도 있지만, 갖고 싶어서 사는 원츠(심리적 욕망)도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해 보셨겠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구매하곤 합니다. 기능적 필요가 아니라 심리적 욕망을 자극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드릴을 팔려면 구멍을 팔아라.

사람들이 드릴을 사는 이유는 회전하는 뾰족한 날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드릴로 구멍을 뚫어 선반을 달고, 액자를 걸어 근사해질 집을 상상하기에 지갑을 여는 것이죠.
제가 페인트 박사 핵트롤이라는 페인트 롤러를 많이 팔 수 있었던 비결도 같습니다. 기능적 필요와 더불어 Before & After를 명확히 보여주어 심리적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기능적 필요만 따지면 핵트롤은 페인트가 흘러내리지 않는 롤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심리적 욕망을 건드리면 아름다운 집을 가꾸어주는 도구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심리적 욕망을 장황한 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집이 아름다워집니다” 같은 상투적인 문구도 쓰지 않았죠.
칠하기 전과 칠한 뒤를 나란히 놓았을 뿐이고, 적힌 글자는 「Before & After」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설명하면 광고가 되지만, 보여주면 상상이 시작됩니다.
스펙 다음에 오는 장면이 빠져 있습니다.
스펙은 대개 다 적혀 있지만, 그 제품을 쓰고 난 뒤의 장면이 담겨 있는가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결국 핵심은 세 가지로 모입니다. 낯선 단어를 아는 크기로 바꾸고, 모바일에 맞게 키우고, 스펙 너머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
순서가 중요합니다. 읽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읽히기만 해서는 거기서 멈추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