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재 · 20화 · 바로풋 깔창 · 무릎펴

깔창을 패션에서 건강으로 옮겼습니다.

제품은 그대로 두고, 누가 쓰는 물건인지만 다시 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이 상세페이지를 통째로 바꿉니다.

상세페이지 맨 앞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이게 누구 이야기인지 알려주는 일입니다.

타겟 분석(Who)은 내 제품을 누가 사면 좋은지 짚어주어, 고객이 ‘이건 내 이야기인데?’ 하고 주목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왜 필요할까요? 사람들은 자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예 읽지 않거나 대충 넘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Who를 먼저 보여주면 광고를 클릭하거나 상세페이지를 끝까지 꼼꼼히 읽게 됩니다.

01

사례 1 · 바로풋 깔창

깔창은 원래 패션 물건이었습니다

자세 교정을 내세운 ‘바로풋’이라는 깔창이 있습니다. 신발 밑에 까는 물건이죠.

현관에 벗어 둔 낡은 운동화와 그 옆에 꺼내 놓은 깔창 한 짝
낡은 운동화와 꺼내 놓은 깔창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대개 깔창은 남성들이 패션용으로 씁니다.

키를 조금 더 커 보이게 하려고 넣는 물건이죠.

하지만 이 깔창은 바른 걸음으로 걷도록 돕는 건강용 깔창이었습니다.

둘을 같은 자리에 두면 어떻게 될까요? 키높이용으로 검색해 들어온 사람은 “내가 찾던 게 아니네” 하며 곧장 나가버립니다.

그래서 누가 이 깔창을 쓰면 좋을지, 대상부터 다시 정의했습니다.

바로풋 상세페이지에서 추천 대상을 적은 자리
추천 대상을 적은 상세페이지

보시면 사람을 그린 게 아니라 상황을 그렸습니다.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니라 「많이 움직이는 운동선수」입니다.

읽는 이가 그 안에서 자기 모습을 알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자리의 몫입니다. 해당 직업군에 속한 사람은 남들보다 훨씬 집중해서 읽게 되죠.

제품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깔창은 그대로 두고, 누가 쓰는 물건인지만 다시 적었을 뿐입니다.

02

그런데 Who가 두 종류입니다

사람을 세느냐 마음을 세느냐

바로풋은 대상을 여럿 나열했습니다. 이렇게 대상의 수를 늘리는 방식을 ‘넓은 Who’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구매자와 사용자가 일치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장난감은 아이가 쓰지만 돈을 내고 사는 건 부모입니다.

거실 깔개 위의 나무 장난감 상자와 쏟아진 블록들
장난감 상자와 바닥의 블록들

이럴 때는 상세페이지를 읽는 사람이 부모이므로, 부모의 마음에 가닿는 이야기를 풀어내야 합니다.

여기서는 대상이 부모 하나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늘려야 할까요?

대상은 좁지만, 부모가 품고 있는 고민을 여럿 이야기하면 ‘딱 내 이야기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대상은 하나로 좁히되 고민을 늘리는 것, 이것이 ‘좁은 Who’입니다.

‘나도 이런 걱정을 한 적 있다’는 공감을 얻으면 구매 전환율도 자연히 올라갑니다.

넓은 Who

대상을 여럿 센다 · 많이 움직이는 운동선수, 훈련이 많은 군인…

좁은 Who

고민을 여럿 센다 · 부모 하나에 걱정 여러 개

둘 다 “이건 내 이야기다”를 끌어내는 일입니다. 하나는 사람 목록으로 풀고, 다른 하나는 고민 목록으로 풀 뿐이죠.

그런데 여기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보통 타겟 분석을 할 때 연령, 성별, 지역으로 나누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분류를 위한 분류로 끝나기 쉽습니다.

‘서울 거주 30대 여성’. 이렇게 적어두면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아도, 정작 상세페이지에 쓸 문장은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그 핵심 구매층(코어층)의 이유를 찾아내야 읽히는 글이 나옵니다.

인구통계 · 쓸 문장이 안 나옴

30대 여성 · 서울 거주

코어층 · 문장이 나옴

무엇 때문에 사는지로 묶는다

03

사례 2 · 무릎펴

누가 만들었는지가 차별화가 됩니다

지금까지의 Who가 ‘누가 쓰는가’였다면, Who는 ‘누가 만들었는가’로도 잡을 수 있습니다. ‘무릎펴’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무릎펴’라는 무릎보호대가 있었습니다. 무릎보호대는 시중에 워낙 많아 기능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제품이죠.

진료실 나무 책상에 접어 둔 검은 무릎보호대와 줄자, 낡은 공책
무릎보호대와 줄자 그리고 공책

그런데 무릎펴가 다른 제품과 뚜렷하게 구별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제품 개발 비화였습니다.

31년을 한의사로 일한 분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진료를 오래 하다 보니 유독 같은 곳이 불편해 찾아오는 환자가 많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죠.

무릎펴 상세페이지의 브랜드 스토리 자리
무릎펴의 브랜드 스토리 화면

이 이야기가 왜 힘을 발휘하는지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등장인물 · 누가31년 경력의 한의사
갈등 · 무엇을 봤나진료실에서 같은 문제를 계속 마주친다
극복 · 무엇을 했나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등장인물, 갈등, 극복이라는 3가지 요소가 들어간 전형적인 서사입니다.

전형적이라는 건 새로울 게 없는 구조라는 뜻이지만, 이 이야기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전형적이라서 안 통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상세페이지엔 그 전형적인 것조차 없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풀 때 제품이 병을 낫게 해준다는 식으로 과장해선 안 됩니다. 몸과 건강을 다루는 제품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스토리에 담아야 할 것은 ‘왜 만들었는가’까지입니다. 그다음 판단은 온전히 쓰는 사람의 몫이어야 합니다.

04

Who가 하는 일

설득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Who를 상대를 ‘설득하는 질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Who는 시선을 붙잡고 ‘주목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추천 대상 목록을 읽는다고 바로 사지는 않더라도, 자신에게 해당되는 사람은 스크롤을 멈춥니다.

설득은 그다음 질문들이 맡습니다. 왜 사야 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Who는 고객을 우선 자리에 앉혀두는 일까지만 합니다.

Who주목시킨다 · 스크롤을 멈춘다
그다음 질문들설득한다 · 사게 만든다

그래서 Who가 빗나가면 뒤이어 나오는 모든 말이 헛돕니다. 아무리 잘 쓴 문장이라도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셈이니까요.

잘 쓴 문장으로 엉뚱한 사람을 붙잡습니다.

직업이든 처지든, 읽는 이가 자기 이야기임을 알아챌 단어가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그 단어가 없으면 아무도 멈춰 서지 않습니다.

바로풋은 ‘누가 쓰는가’를 다시 적어 카테고리를 바꿨고, 무릎펴는 ‘누가 만들었는가’로 차별점을 만들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물건 자체는 그대로였습니다.

Who는 설득하는 질문이 아니라, 맞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질문입니다.

그 사람이 앉아야 나머지가 시작됩니다.

엠케터 전준혁

스토리의 싹

버린 고기에서 나온 뚜껑

누가 쓸지 정했다면 왜 만들었는지 말할 차례입니다. 거창한 사명 대신 손해 본 날 시작된 브랜드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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