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성공 사례를 주로 말씀드렸지만, 오늘은 제가 뼈아프게 놓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흔한 실패담이 아닙니다. 분명 잘 팔렸는데도 끝내 실패한 이야기입니다.
빈 칸을 찾았습니다
입문용 드론은 있는데
어린이 드론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어린이 드론 아파치라는 제품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드론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드론 시장의 두 축
숙련자용
항공촬영
이 가운데 입문자·초보자 시장이 제법 컸습니다. 그런데 검색창에 걸리는 제품은 죄다 성인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남자아이들도 드론을 좋아하지 않을까?' 로봇과 공룡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드론을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곧장 네이버 트렌드에서 데이터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실제 수요(입문자)는 존재하지만, 그 이름표를 단 칸(어린이 드론)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름이 컨셉을 실었습니다
약점이
강점이 됐습니다
당시 판매하려던 아파치 드론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스펙이 부족했습니다. 성능표만 두고 보면 분명 밀리는 제품이었죠.
하지만 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조종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른 어떤 드론보다도 다루기가 훨씬 편했습니다.
어른의 눈높이엔 약점이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선 확실한 강점이었습니다. 복잡한 기능이 없는 편이 아이 손에는 딱 맞으니까요.
그래서 「어린이 드론」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제품명을 「어린이 드론 아파치」로 확정했습니다.
이름만 봐도 누구를 위한 물건인지, 무엇이 다른지 한눈에 드러납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이름이었습니다.
결과는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5월까지 대박이 났고, 특히 어린이날에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완구는 철저히 시즌 싸움입니다. 빈칸을 찾았고, 이름을 잘 지었으며, 어린이날 성수기까지 잡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전투였고, 이 전투는 분명히 이겼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습니다
다음 나무를
안 심었습니다
사실 이 시장에는 이미 훨씬 막강한 드론 1위 업체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경쟁사 제품의 완성도 역시 뛰어났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아파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아이들이 가지고 놀 완구 드론을 연이어 집중 개발하고 카테고리 리더로 올라서자"고요.
어렵게 한 칸을 뚫어냈으니, 후속 라인업을 채워 그 영역을 온전히 우리 몫으로 굳히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케팅만 맡았던 저로서는 제품 개발까지 직접 움직일 힘이 없었습니다.
결국 단발성 성공에 머물렀습니다.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리지 못했고, 끝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1번
2번
3번
앞 편들과 겹쳐 보십시오
라바는 옮겼고
아파치는 안 옮겼습니다
앞서 다룬 라바를 떠올려 보십시오. 칼라마법사가 통하자 번개카로 옮겨 타고, 빨대로 옮겨 타며 씨앗 하나에서 나무를 여러 그루 길러냈습니다.
아파치는 정확히 그 반대였습니다. 씨앗 하나를 심어 탐스러운 열매를 거두고도, 옆에 다음 나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같은 히트, 다른 그다음
여러 개로 늘렸다
거기서 멈췄다
딤채 사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특정 영역에 깃발을 꽂았다면 라인업을 단단히 갖춰 그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고요.
아파치는 깃발은 꽂았지만 지켜낼 라인업이 없었습니다. 어린이 드론이라는 길을 터놓고도, 그 자리를 방어할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 결과는 마케팅의 패배가 아닙니다. 마케팅이라는 전투는 이겼지만, 그다음 전략을 놓쳐 전쟁에서 진 셈입니다.
히트 하나로 끝나면
전투만 이긴 겁니다.
한 번의 성공은 출발점이지 종착역이 아닙니다. 거기서 멈추면 남는 것은 "한때 잘 팔렸던 제품"이라는 기억뿐입니다.
대표님 차례입니다
대박 다음날이
진짜 시작입니다
대표님들께서는 이 실수를 피하기가 훨씬 유리합니다. 개발과 판매 권한을 모두 쥐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케팅 담당자라 다음 제품을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대표님은 다음 제품의 출시 여부를 직접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히트 상품이 나왔을 때 기뻐하는 것으로 멈추지 마시고, 그다음 날 곧장 자문하셔야 합니다.
"이 성공을 발판 삼아 옆에 무엇을 심을 것인가?" 같은 콘셉트의 다른 제품이든, 동일한 고객이 느끼는 또 다른 필요든, 무엇 하나라도 덧붙여야 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아파치의 전철을 밟게 됩니다. 반짝 흥행했던 기억만 남을 뿐, 브랜드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오늘 하실 일은 명확합니다. 지금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옆에, 다음에 심을 나무 한 그루의 이름을 적어보십시오.
당장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한 줄을 적어두었는지가, 한 번의 전투로 끝날지 전쟁의 승리까지 나아갈지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