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화 동안 일곱 단계를 하나씩 봤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팔던 물건이라 된 거 아닌가."
제가 꼭 같은 의심을 했습니다. 그때 생각이 이랬습니다.
"셀링마케팅의 체계를 막 완성했을 무렵
주로 완구나 생활용품 위주로 팔았기에,
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통하는지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네 번에 걸쳐 조건을 하나씩 바꿔봤습니다. 업종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고, 마지막엔 사람까지 바꿨습니다.
- 1농산물에서도 되나포도
- 2자영업에서도 되나카페
- 3해외에서도 되나베트남
- 4★ 내가 아닌 남이 해도 되나꽃집
앞의 셋과 마지막 하나는 성격이 다릅니다. ①②③이 다 통해도 증명되는 건 "제가 하면 된다"까지입니다. ④에서야 '원리'가 됩니다.
첫 번째 · 농산물
이장님이 포도를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당시 경기도 화성에 집을 지어 살았는데, 바로 뒤가 마을 이장님 댁이었습니다. 큰 포도밭을 갖고 계셨죠. 제철이 되자 어마어마한 양이 맺혔는데, 근처에 산다고 여러 박스를 들고 오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냐고 물었더니 "올해 농사는 잘 되었는데 예년만큼 팔리지 않는다"며 마음껏 먹으라는 겁니다.
몇 알 맛보니 품질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안 그래도 화성이 송산포도로 유명했기에 마케팅만 더해지면 충분히 승산이 보였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컨셉을 잡았습니다.
컨셉은 '산지에서 직접 접하는 송산포도 체험농장'. 이걸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포도 500박스를 전부 팔아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때 확보한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그해 겨울에는 포도즙까지 추가로 팔아드렸죠.
농산물은 완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밟은 순서는 같았습니다.
두 번째 · 자영업
상권분석을 나갔더니,
온통 논밭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알게 된 지인이 지방에 개인 카페를 차릴 예정이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영업은 제 전문분야가 아니지만, 카페를 차려야만 하는 깊은 사연이 있으셔서 돕기로 했습니다.
상권분석을 위해 현장답사를 나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주변이 온통 논밭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건 마케팅으로 손님이 찾아오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대의명분부터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사장님과 충분히 대화한 끝에 '이색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패밀리 카페'라는 컨셉을 내걸고, 주변에 있는 관광지를 끌어들여 콘텐츠를 만들어 키워드 상위노출을 시켰습니다. 남이 이미 만들어둔 검색량을 빌린 겁니다.
솔직히 과연 잘 풀릴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이 카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체험을 선사하자 단골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6년째 성업 중입니다. 최근에 연락이 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번잡한 스타벅스보다 한적한 지방 카페를 찾으면서 매출이 급상승해 재난지원금 혜택도 못 받았다고 합니다.
세 번째 · 해외
한국이라서 된 건
아닐까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세워 한국 화장품을 수출하는 사장님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교통편을 대주고 통역도 붙여줄 테니 직접 와서 직원들에게 마케팅 교육을 해달라고 하셨죠.
많이 망설였습니다. 수락하면 달마다 몇 번이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과 베트남을 왕래하는 고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잘 팔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기왕 시작한 김에 셀링마케팅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콜을 외쳤습니다.
해외 마케팅은 국내와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필승의 법칙'이라면 해외에도 통해야 법칙이라 부를 자격이 있겠지요? 저는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베트남 마케팅을 하면서 깨달은 점은 이겁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케팅 채널의 차이점이 있을 뿐이지, 판매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 동일하게 상품기획을 통해 주력상품에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컨셉을 입히고, 이 컨셉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바이럴 마케팅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태까지 광고비를 쏟아부어도 만족할 만큼 팔리지 않던 제품이 날개를 단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네 번째 · 남이 해도 되나
꽃집 20년인데,
컴퓨터를 못 다루셨습니다
여기까지 오니 기뻤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마지막 검증이 남아 있었죠.
"이 모든 것들이 저만 가능한 것인지,
남들도 배우면 실천할 수 있는지를
판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판매자 육성 전문 교육기관인 셀러스쿨의 교육이사 제안을 받아들여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강의를 시작한 이유는 돈이 아니라 이 검증이었습니다.
일례로 작은 꽃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셀링마케팅을 전수한 적이 있습니다. 꽃집 경력만 20년이 넘으셔서 꽃과 관련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프로인데, 컴퓨터에 어두워서 온라인 마케팅 진출을 못하고 계셨습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꽃 비즈니스 시장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다음, 그분이 제작할 수 있는 많은 아이템 가운데 성수기가 가장 가까우면서 찾는 사람들도 많은 사탕 꽃다발을 기획했습니다. 기준이 두 개였습니다. 시즌이 언제 오는가, 그리고 검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나씩 열심히 배우고 따라오셔서 11월 말에 상품등록을 마쳤습니다. 조금씩 판매가 일어나더니 대박이 터졌습니다. 1~2월 유치원 졸업식 시즌이 도래하자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겁니다.
전국의 부모님들은 소중한 자녀의 졸업식에 특별한 꽃다발을 선물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장에서 양산하지 않고 20년 경력의 플로리스트가 100% 수작업으로 만든 정성 가득한 꽃다발'이라는 컨셉은 매력적이었죠. 불과 2개월 안에 3,000만 원의 매출을 만드셨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건 제가 만든 매출이 아닙니다. 저는 컨설팅만 했고, 상품등록도 판매도 전부 사장님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가 앞의 셋보다 중요합니다.
약점이었던 것
컴퓨터에 어두워
온라인에 못 들어갔다
컨셉이 된 것
20년 경력의 플로리스트가
100% 수작업으로
같은 사실의 앞뒷면입니다. 온라인을 못 하신 이유가 오프라인을 오래 하셨기 때문이니까요. 대표님의 약점 중에도 이런 게 있을 겁니다.
네 번 다 같은 것을 했습니다
업종은 달랐고,
순서는 같았습니다
네 곳 모두 제품을 새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있는 것에 컨셉을 붙였을 뿐입니다.
| 업종 | 붙인 컨셉 |
|---|---|
| 포도 | 산지에서 직접 접하는 송산포도 체험농장 |
| 카페 | 이색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패밀리 카페 |
| 베트남 | 주력상품에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컨셉을 입혔습니다 |
| 꽃집 | 20년 경력의 플로리스트가 100% 수작업으로 만든 꽃다발 |
포도는 품질이 원래 좋았고, 꽃집 사장님은 원래 20년 프로였습니다. 없던 걸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는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 걸 말한 겁니다. 여덟 화 동안 본 일곱 단계가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드리고 닫겠습니다. 제가 대표님보다 나은 게 있다면 마케팅 하나뿐입니다.
"저는 여러분들보다 마케팅을
조금 더 잘 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분들만큼 파는 제품에
애정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100의 에너지가 있어도 10개 제품에 10씩 나눠 써야 하니 수박 겉핥기가 됩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50의 에너지를 한 제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높은 매출을 낼 수 있는 겁니다.
포도밭 이장님도, 논밭 한가운데 카페 사장님도, 베트남 직원들도, 컴퓨터를 못 다루던 꽃집 사장님도 해냈습니다. 그분들이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순서를 밟았을 뿐입니다.
감히 단언하건대,
누구나 물건을
잘 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