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하는 미국인이 7%에서 65%가 됐는데, 치약이 좋아져서가 아닙니다.
요즘 사람들은 예외 없이 하루 두세 번 양치질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라 먼 옛날부터 이어져온 전통처럼 생각하지만,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세상 사람들이 꼬박꼬박 양치질을 하게 만든 주인공은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클로드 홉킨스라는 마케터입니다.
사례 1 · 펩소던트 치약
누구나 갖고 있는 것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홉킨스가 펩소던트 치약 캠페인에서 한 말은 이겁니다.
"혀로 당신의 치아를
훑어보세요."
얇은 막의 촉감이 느껴질 겁니다. 그 필름이 당신의 이를 누렇게 만들고 충치를 가져오는 원인입니다. 지금 당장 펩소던트 치약으로 그 막을 제거해버리세요. 당신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얀 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첫 문장을 다시 보십시오. 설득이 아니라 동작입니다. 읽는 사람이 혀를 움직이게 만들고, 그 자리에서 문제가 드러나죠.
그리고 그 막은 누구 입에나 있습니다.
펩소던트가 없앤 게 아니라, 이름을 붙여서 문제로 만든 겁니다. 그 얇은 막은 그 전에도 모든 사람 입에 있었는데, 이름이 없으니 문제가 아니었죠.
캠페인 전 → 후
치약을 쓰는 미국인 7% → 65%
펩소던트는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치약이 되었습니다. 3년 후에는 해외로 나갔고, 홉킨스는 동일한 내용을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로 만들었죠. 이후 펩소던트는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약이 되었습니다.
같은 문장을 번역만 해서 30년을 갔습니다.
이론 · 카테고리 개척
시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시장을 만듭니다
펩소던트가 한 게 바로 이겁니다. 마케팅(Marketing)이라는 글자를 뜯어보면 시장(Market)에 진행형 +ing가 붙어 있죠. 말 그대로 시장을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점은, 이미 있는 시장에서 내 자리(포지션)를 찾아 들어가는 것을 넘어 기존에 없던 새 시장, 곧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두 가지 길
자리를 찾는다
땅부터 간다
시장이 하나도 형성되지 않은 불모지에서 땅부터 갈아 시장을 키워내는 것. 말하자면 등용문을 넘어서 나 자신이 직접 용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시장을 연 스티브 잡스가 그랬죠. 그런데 찾아보면, 굳이 신기술과 혁신에 집착하지 않고도 시장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경우가 많습니다.
펩소던트는 새 기술로 시장을 만들지 않고, 말로 만들었습니다.
사례 2 · 에드워드 버네이스
시장의 절반이
안 사고 있었습니다
펩소던트가 텅 빈 불모지에 이름을 붙여 시장을 연 게 첫 번째 길이었죠. 없던 시장을 여는 데는 두 번째 길도 있습니다. 이번엔 아예 불모지가 아니라, 이미 있는 시장인데 그 안에서 절반이 안 사고 있는 경우입니다.
담배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요즘은 남녀 모두 담배를 피우죠. 그런데 담배 시장이 막 태동한 초창기에는 남자들만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오늘처럼 여성들도 담배를 피우게 된 데에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라는 마케터의 PR 캠페인 영향이 큽니다. PR은 광고처럼 대놓고 「사세요」 하는 게 아니라, 여론과 분위기를 움직여 사고 싶게 만드는 홍보죠.
버네이스는 담배 판매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서는 여성 담배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흡연을 인권 운동과 결부시켰습니다.
담배에 붙이는 불은 자유를 밝히는 횃불이라고 포장했습니다. 여성 참정권 행진에 여성들을 내보내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담뱃불을 붙이게 하고, 그 장면을 신문에 크게 실었죠.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보실 게 있습니다. 버네이스는 새 제품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담배의 맛도, 품질도, 가격도 한 마디 안 했죠.
안 사던 사람들에게 살 명분을 준 겁니다. 제품은 그대로 두고요.
대표님 상품에도 안 사는 절반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안 사는 이유가 몰라서인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여겨서인지부터 나눠 보셔야 합니다. 둘은 푸는 법이 다르거든요.
여기서 멈춰야 할 선
없는 걸 지어내면
거짓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두 방법을 대표님 것에 옮기기 전에, 두 사람 모두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버네이스가 판 건 담배였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안 팔았어야 할 물건이고, 그가 쓴 방법도 오늘날이라면 통과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위대한 마케터라는 건 아무도 부정 못 합니다. 배울 것과 따라 하면 안 되는 것이 같이 있는 겁니다.
펩소던트 카피를 다시 보시면 겁을 주는 쪽으로 가 있습니다. "충치를 가져오는 원인입니다", "지금 당장". 저는 이 대목은 권하지 않습니다.
배울 부분은 이름을 붙인 것까지입니다. 그 뒤를 겁으로 미는 건 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검산은 하나입니다. 제품을 안 바꾸고도 되는가. 홉킨스가 바꾼 건 치약이 아니라 이름이었고, 버네이스가 바꾼 건 담배가 아니라 명분이었습니다.
"지금 안 사는 사람은
왜 안 삽니까?"
경쟁사를 이길 생각부터 하면 안 사는 쪽이 안 보입니다. 그쪽이 대개 더 큽니다.
시장이 작게 느껴지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안 사는 사람은 시장에 안 잡힙니다. 7%짜리 시장이 그래서 작아 보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