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볼 두 상품은 제품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바꾼 건 파는 문장입니다.
펌슨 진공 용기는 원래 식당 자영업자용인데 가정용으로 타겟을 바꿨습니다. 소재·원료·디자인은 그대로고요. 그러면서 USP에서 「진공」을 빼버렸습니다. USP란 제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판매 포인트죠. 진공 용기인데 진공을 안 판 겁니다. 무슨 문장이 나왔는지는 뒤에서 보여드리죠.
오누즈 새싹가든은 상세페이지에 문장 두 개를 더했습니다. 아이가 사달라고 조를 때 어머니가 '이걸 사줘? 말어?' 하고 망설이는 순간, 그 망설임을 없애는 문장들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어떻게 뽑았는지, 펌슨부터 보겠습니다.
사례 1 · 펌슨 진공용기
"진공되는 밀폐 용기",
라고 쓰면 끝인데
집 냉장고에 밀폐 용기 하나쯤은 다 있으시죠. 펌슨은 그 밀폐 용기에 진공 기능을 추가해서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말하느냐였습니다. 그렇게 쓰면 한 줄로 끝나는데, 그러면 팔 이유가 안 생깁니다.
그래서 컨셉을 잡을 때 쓰는 틀을 꺼냈습니다. 세 가지를 차례로 검토하는 방식입니다.
이론 · 컨셉 3원 교집합
A · B · C를
차례로 겹칩니다
제품 하나를 놓고 세 질문을 던집니다. 기존보다 나은 점(A), 고객이 얻는 것(B), 경쟁사가 못 따라오는 것(C). 이 셋이 겹치는 부분에서 한 문장이 나옵니다.
컨셉 USP = A ∩ B ∩ C
빼기 · 곱하기
저렴한 가격 · 자기과시
못 따라오는 것
펌슨에 이 셋을 적용해봤습니다. A부터입니다. A는 다시 네 갈래로 봅니다. 뭘 바꿨나, 뭘 더했나, 뭘 뺐나, 뭘 곱했나. 앞의 셋은 말 그대로고, 곱하기는 세상에 없던 둘을 처음 합쳐 새 카테고리를 연 경우입니다.
네 갈래 중 바꾸기의 근거는 제품 이름에 남아 있습니다. 제품명이 일체형 진공 밧드뚜껑인데, 밧드는 식당 조리용 용기를 말하죠. 업소용으로 만든 상품이라는 게 이름에 그대로 있습니다.
빼기와 곱하기, 이 둘은 해당이 없었습니다. 네 갈래 중 둘만 채워진 거죠. 이게 정상입니다. 네 갈래를 억지로 다 채우려 들면 그때부터 없는 장점을 지어내게 됩니다.
A는 이렇게 정리됐습니다. 업소용을 가정용으로 옮긴 대용량 진공 용기. 아직 팔 문장은 아닙니다. 제품 설명일 뿐이죠.
다음은 B, 고객이 얻는 것입니다. 여기서 진짜 답이 나왔습니다.
적용 · 아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채칸이 하나뿐이라
썩혀 버립니다
펌슨의 주된 활용처는 야채와 과일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는 건데, 아무리 큰 냉장고도 야채칸, 과일칸은 하나라서 많은 주부가 불편을 겪고 있거든요.
3인 가구, 4인 가구는 주로 코스트코, 홈플러스, 이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대용량으로 사야 저렴하니까요. 그런데 야채칸이 한 칸이라, 다 먹기 전에 썩어서 버리는 야채와 과일이 꼭 생깁니다.
"실제 제 아내도 야채칸과 과일칸이
더 있었으면 하더라고요."
필요가 "밀폐 용기가 필요하다"가 아니었던 겁니다. "야채칸이 부족하다"였습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말이죠. 앞의 말은 제품 카테고리고, 뒤의 말은 고객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겪는 상황입니다.
그 상황을 풀어주는 게 혜택(B)입니다. B도 네 갈래로 봅니다. 불편함 해소 · 새로운 혜택 · 저렴한 가격 · 자기과시죠. 펌슨엔 앞의 둘이 걸렸습니다. 야채칸이 부족하던 불편이 풀리고(불편함 해소), 오래 보관하니 썩어 버리던 식재료가 없어졌습니다(새로운 혜택).
남은 둘은 어떨까요. 저렴한 가격과 자기과시는 해당이 없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은 제품 자체가 싸다는 뜻인데, 펌슨은 가성비 상품이 아닙니다. 대용량으로 아끼는 돈도 제품값이 아니라 버리는 식재료값이죠. '자기과시'도 아닙니다. 냉장고 안에만 있어 남에게 드러낼 물건이 아니니까요. B도 네 갈래 중 둘만 채워졌습니다.
이제 A와 B가 둘 다 나왔습니다. A는 업소용을 옮긴 대용량 진공, B는 야채칸이 부족하다. 여기에 썩혀 버리던 식재료값을 아낀다는 점까지 얹으면, 이 둘을 이은 중간 문장이 나옵니다. 「주부를 위한 돈 되는 대용량 진공 용기」. 이렇게 A와 B만 이은 문장을 SP(Selling Point, 판매 포인트)라 하고, 여기에 C까지 얹은 게 USP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아직 어디서 본 것 같죠. 여기서 유니크함을 더하기 위해 마지막 C까지 봤습니다.
비교 상대는 진공 용기가 아니라 집집마다 있는 밀폐 용기입니다. 그 밀폐 용기와 견주면 펌슨의 차별화는 뭐니뭐니해도 진공 기능이었죠.
이 진공을 C에 넣고, 셋을 전부 이어 최종 문장을 뽑았습니다.
최종 USP
"주부를 위한
우리 집 냉장고 야채칸 · 과일칸 무한 확장"
읽어보시면 '진공 용기'라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옵니다. 진공은 C에 분명히 들어 있는데, 문장에는 그 기능이 만드는 결과만 남았죠.
고객이 사는 건 진공이 아니라 야채칸 하나가 더 생기는 일이니까요. 게다가 내가 원하는 수량만큼 우리 집 냉장고의 야채칸과 과일칸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펌슨은 여기까지입니다. 살 사람 하나를 정하고, 그 사람이 겪는 상황으로 문장을 잡았죠. 그런데 살 사람과 쓸 사람이 다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 번째 상품이 그 경우였습니다.
사례 2 · 오누즈 새싹가든
사줘? 말어?
고민하는 그 단계
두 번째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제가 이전에 판매했던 오누즈 새싹가든인데, 아이들을 위한 정원 놀이, 식물 키우기 키트죠. 패키지를 열면 조립식 화분, 흙, 식물 씨앗, 삽과 물뿌리개가 들어 있습니다.
펌슨은 살 사람과 쓸 사람이 같았습니다. 주부가 사서 주부가 쓰죠. 그런데 새싹가든은 돈을 내는 사람과 갖고 노는 사람이 다릅니다. 광고를 보고 갖고 싶어 하는 건 아이인데, 카드를 꺼내는 건 부모죠.
그래서 여기서는 타겟이 둘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컨셉을 잡기 전에 확인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론 · 세 개의 역할
돈 내는 사람과
고르는 사람이 다릅니다
상품 하나에는 세 역할이 있습니다. 사람은 둘이어도 이 셋을 나눠 맡죠. 돈을 내는 구매자, 쓰는 사용자, 그리고 사자고 정하는 구매결정자. 많은 판매자가 사용자와 구매결정자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구매자만 떠올립니다.
구매자
부모
돈을 낸다
구매결정자
아이
사자고 정한다
사용자
아이
직접 쓴다
가장 기본은 마케팅을 구매결정자에게 한다는 겁니다. 결국 '사자'고 불을 붙이는 사람이 구매결정자니까요. 그래서 아이를 설득하려고 TV 광고를 했습니다.
광고를 본 아이가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조르겠죠. 그럼 어머니는 검색해서 상세페이지를 보실 겁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적용 · 한 페이지, 두 사람
아이에게 말하면서
어머니도 설득합니다
아이를 위한 콘텐츠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아닙니다. 돈을 내는 어머니가 결제 직전에 반드시 한 번 멈춥니다. 그 자리를 비워두면 아이가 아무리 졸라도 거기서 끝납니다.
그 자리에 두 문장을 넣었습니다.
사줄 이유를 준다
"아이가 이걸 하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배려심과 성취감이 길러져요."
안 사줄 이유를 없앤다
"우리 상품은 화분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물을 줘도 바닥에 흐르지 않아요."
두 문장이 하는 일이 다릅니다. 앞의 문장은 명분입니다. 장난감을 사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걸리는 부모에게 사줄 이유를 주죠.
뒤의 문장이 더 중요합니다. 흙을 만지는 놀이를 사줄 때 어머니가 진짜 걱정하는 건 교육 효과가 아니라 거실 바닥입니다. 그 걱정을 한 문장으로 없앴죠. 구매자의 감정을 건드리면 망설임 없이 상품을 사게 됩니다.
두 상품은 업종도 고객도 다르지만, 한 일은 같았습니다.
살 사람과 쓸 사람이 다를 때
한 페이지가
두 사람에게 말합니다
둘 다 제품이 무엇인지를 쓰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그걸 언제 찾는지를 썼습니다.
대표님 상품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펌슨 문장이 그 예입니다. 「진공 용기」를 지워도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있죠. 반대로 카테고리 이름을 지웠을 때 말이 안 되면, 아직 제품 설명입니다.
그리고 새싹가든처럼 결제 직전에 망설이는 사람이 따로 있는 상품이라면, 한 가지를 더 하시면 됩니다. 구매결정자 위주로 내용을 짜되, 구매자도 혹할 최소한의 근거를 같이 넣는 겁니다. 사줄 이유 하나와 안 사줄 이유를 없애는 문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두 상품 다 제품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쓴 건 문장뿐입니다.
"카테고리 이름을 지워도
말이 되는가?"
지금 대표님 상품 설명 첫 줄에 이 질문을 해보시면 됩니다.